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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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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현 차장 2018-12-21 10:22:56

  

“사고의 근거가 되는 각종 기록… 그것들의 목적과 용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


지승현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 계약사업팀 차장


승선 시절의 작은 호기심은 그를 더 먼 곳으로 이끌었다. 편협한 사고에 갇히기를 경계한다는 그는, 더 넓은 시야로 세상과 소통하기를 조언했다.


Q.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A.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orea P&I Club: 이하 ‘KP&I’1)라고 함) 계약사업팀에서 언더 라이팅(Underwriting)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언더라이팅’은 보험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로서 보험자(보험회사)가 보험료를 받고 특정 보험위험을 인수한다는 서면(계약서) 하단에 자신의 이름을 기재(서명)하 였다는 것에서 유래되어 보험자(보험회사 또는 P&I 클럽)를 언더라이터(Underwrite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언더라이팅 업무는 어떤 위험에 대해 어떠한 보험조건 (Terms & Condition)으로 얼마의 보험료로 인수할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P&I클럽 에서는 먼저 인수 가능한 위험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선박의 상태, 선박의 운 항형태, 선박의 운송계약 등을 조사·검토하여 선주(선박운항자, 선박관리회사 등을 포함)의 배상책임위험(Liability)을 평가합니다. 인수 가능한 위험이라고 판단한 경 우, 보험인수조건을 정하고 동 조건에 따른 적정 보험료(Premium)를 산출합니다.

Q. 이곳에서 일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요? 
A. 1997년 현대상선(주)의 LNG운반선인 ‘그린피아’ 호에서 실습항해사로 승선했습니다. 당시 선박에서는 ISO/ISM에서 요구하는 수많은 서류철들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유 독 ‘P&I’라는 제목의 서류철만은 아무런 기록이 없어 선임 항해사들에게 ‘P&I’에 대해 질문했던 것이 저와 ‘P&I보험’의 첫 인연이었습니다. 이후 P&I보험의 주요 보상위험 인 오염손해와 관련하여 국내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에 대하여 졸업논문을 쓴 것 이 P&I와의 두 번째 인연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2001년, PCTC(Pure Car & Truck Carrier)인 ‘아시안 그레이스’호에 2항사로 승선할 때였습니다. 영국 시어니스 (Sheerness)항에서 화물을 소량 양하한 후, 템즈강(Thames River)을 따라 틸버리 (Tilbury)항으로 향하던 중에 갑작스런 선내 정전으로 본선이 저수심에서 좌주 (Stranding)되면서 선저 연료유 탱크가 찢어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강의 유 속과 수압으로 선박의 연료유가 눈에 보일 정도로 유출되지는 않았지만, 동 사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P&I측 Surveyor와 조우한 것이 P&I보험과 세 번째 인연이었습니 다. 이 모든 과정이 KP&I에 입사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 이 자리에 오시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A. 목포해양대학교를 졸업 후, 현대상선(주)에서 1999년부터 2004년 중반까지 약 5년 반 동안 항해사로 승선하고, 같은 해, 육상에서 첫 직장인 KP&I에 입사하였습니다. 1등 항해사를 마지막으로 승선 경험이 전부이다시피 한 상황에서 당시 KP&I의 ‘문병일 이 사님’(현 KP&I 전무)께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방통대) 진학을 추천하셨고, 2005년에 방통대 법학과 3학년에 편입하여 우여곡절 끝에 2009년 졸업을 하였습니다. 그해 경희 대학교 국제법무대학원(통상법 전공)에 입학하여 2012년에 석사학위를 취득하였고, 2014년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상법 전공) 박사과정에 입학해 ‘김인현 교수님’의 지도 덕분에 지난 8월 마침내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Q. 업무상 특히 분주한 시기가 있나요?
A. P&I보험계약(원보험)의 갱신은 통상 매년 2월 20일에 일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보험기 간을 1년으로 하는 일반손해보험(쉬운 예로서 자동차보험의 경우)에서 불특정의 보험가 입일자가 갱신일이 되는 점과 비교해 볼 때, P&I보험의 큰 특징 중 하나입니다. 갱신 시 점에 P&I클럽의 연간매출액(수입보험료: Income Premium, Revenue)이 거의 확정되므 로 P&I 언더라이터의 업무는 2월 20일을 기준으로 12월부터 그 다음해 2월까지 고도로 집중됩니다. 이 시기에는 원보험에 대한 재보험계약도 갱신해야 할 뿐만 아니라 타 P&I 클럽에 가입하고 있는 선박의 P&I보험가입문의도 쇄도합니다.

Q. 이 일에서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A. 언더라이터가 인수할 위험을 판단하고 보험조건을 설정하며 직접 산정한 보험료를 안내 한 뒤, 협상 등을 통해 최종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이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내 해상보험의 경우, 손해보험사(원수보험사)에서 재보험사가 제시한 보험 조건 및 요율(구득요율)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보니, 손해보험사내 언더라이터의 역할이 제한적인데 반해, KP&I에서는 언더라이터가 보험계약체결 과정에서 모든 역할을 수행 합니다.

Q. 이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가 있다면요. 
A. 언더라이팅 업무를 함에 있어서는 선박, 법 그리고 보험에 관한 이해가 요구됩니다. 더 하자면, 국내‧외 해운 및 보험시장의 동향에 대해서도 꾸준한 관심을 필요로 합니다. 한편, P&I클럽에서는 언더라이팅 업무 외에도 클레임 처리 업무와 사고 및 손해 방지 를 위한 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선박, 선박사고처리 그리고 사고 및 손해방지 등의 업 무는 승선 경험이 있는 해기사분들에게 유리합니다. 예컨대 자동차보험에서 평소 자동 차를 운전하던 사람이 전혀 운전경험이 없는 이보다 자동차를 더 빨리 이해할 수 있고, 사고시 더 빠른 조치가 가능할 것이며, 사고 및 손해방지 활동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P&I보험은 선박의 운항과 관련한 선주의 법적 책임을 담보하는 보험입니다. 선박에서 작성하여 비치 및 보관중인 서류와 선내 각종 기기들의 기록들은 사고 시에 중요한 근 거자료로 활용됩니다. 따라서 평소에 관련 내용과 함께 목적과 용도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Q. 영어 실력이 필수적이라 들었습니다. 
A. KP&I에는 국외 선주들도 가입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도네시아, 중국, 베트남, 싱가포 르, 홍콩 등 국외 선주의 비율은 연간 전체수입보험료 기준으로 약 12%를 차지합니다. 아울러 가입선박의 운항구역이 전 세계(Worldwide)인만큼 사고가 국외에서 발생할 가 능성이 높습니다. 이때 국외 선주, 보험중개인(Insurance Broker), 외국보험자, 연락 책(Correspondent), 검정인(Surveryor), 변호사(lawyer) 또는 손해배상청구인 (Claimant)등과의 거의 모든 의사소통은 영어로 합니다. KP&I이 국제적 P&I클럽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소통의 도구로서 영어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겠습니다.

Q. 이 분야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해기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A. 해양대학교에서 4년, 바다에서 약 6년 그리고 P&I클럽에서 근무한지 만14년이 지났습 니다. 24년이라는 시간을 선박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높이 평가받을 수는 있겠지만, 자칫 편협한 사고를 갖게 될 여지도 높다고 봅니다. 선박은 협소하고 이동의 제약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독서를 통해 항상 새로운 것 을 느끼고, 익히고, 고민도 해 보고, 다양한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며 관심 있는 분야에 서 사회적 활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처럼 눈과 마음을 넓혀줄 것이고, 선배 해기사분들도 보지 못한 길을 내다볼 수 있는 힘이 생길 것 입니다. 여러분 모두는 우리나라 해운발전을 위해 분명 더 훌륭한 일들을 할 수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