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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수산연수원 김민종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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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종 2024-04-16 15:17:55

 


시간과 보람으로 공직을 지켜오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김민종 원장


김민종 원장은 해양수산공무원으로서 31년 넘게 일한, 7급에서 1급까지 해사 분야의 핵심 요직을 모두 거친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다. 오랜 시간 해양수산공무원으로 종사한 원동력과 소임을 묻기 위해 그를 직접 찾아갔다.


Q. 현재 하시는 활동을 기반으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서 원장으로 재직 중인 김민종입니다. 한국해양대학교 항해학과 38기생이고 82학번인데 2022년 연수원장에 취임했으니, 동삼동에 발을 들인지 40년 만에 해기사와 관련된 공공기관장이 된 셈입니다.


Q. 몸담고 계신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은 선원의 교육훈련, 단기해기사 양성, 해양수산 자격 검정 업무를 주요 업무로 수행하는 동 분야 유일의 공공기관입니다. 우리 연수원에서는 연간 약 4~5만 명의 선원을 재교육하고, 단기해기사 양성과정인 오션폴리텍 양성생 약 250명, 해양수산계 고교 승선실습생 약 500여 명을 훈련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년 약 3만 명을 대상으로 7가지 종류의 해양수산분야 자격검정업무를 수행하는 등 해기사와 관련된 다양한 집행업무를 수행합니다. 약 300명의 직원이 연수원에서 일하며 부산에 영도 본원, 용당캠퍼스를 두었고, 목포 분원과 인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실습선도 4척 보유하고 있습니다.


Q. 한국해양수산연수원장으로 자리 잡으시기까지 성장 과정이 궁금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쌀 생산량이 가장 많은 전북 김제군에서도 논이 특히 넓은 부용이라는 아주 작은 시골 동네에서 태어났습니다. 고등학교 때만 해도 해양대학이 어느 도시에 있는 줄도 모르던 촌놈이 친구를 따라 한국해양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졸업한 후 현대상선에 입사하여 4척의 선박에서 승선근무했고, 잠시 항해학과 사무실에서 조교로 지내다가 동기생을 따라 해운항만청 공무원으로 지원하여 합격했습니다. 그 후로 31년간 근무하며 7급부터 1급 공무원까지 지냈습니다. 그야말로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세상 물정에 어두웠죠. 처음에는 부산지방해운항만청 부두과에서 공직을 시작했는데 5년간 항만보안, 항만시설 관리 등 항만 운영 업무를 맡았습니다. 이후 해양수산부 본부와 부산청을 오가며 해사안전 업무를 26년간 수행했습니다. 해양수산부에서 해사안전업무의 핵심 보직이라고 할 수 있는 해사안전정책과장, 해사안전국장을 역임하였고 해양안전심판원에서 중앙 수석조사관과 중앙해양심판원 원장을 역임했습니다.


Q. 오랜 시간 해양수산부 공무원으로서 살아오며 힘들지 않았나요
처음 90년 6월에 부산항만청에 들어가서 받은 월급이 23만 원이었습니다. 해대 조교 시절에도 월급은 40만 원이 넘었는데 반토막 난 셈입니다. 당시 9급 공무원이었던 아내와 월급을 합해도 사기업의 한 사람 몫도 안 되는 수입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더욱이 97년 말에는 서울에 있는 본부로 발령받았습니다. 4~5년 주기로 본부와 부산을 오가며 근무했는데 총 13년간 원룸에 살며 주말부부로 지내야만 했습니다.


Q. 고된 생활을 버티게 해 준 원동력이 무엇이었을까요
월급은 적지만 사회를 위한 일을 내다보고 직접 바꿔나갈 수 있다는 점이 큰 보람으로 다가왔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1993년에 부산 남외항에 항로를 만들고 묘박지를 5개 구역으로 구분하여 현재 모습으로 바꾼 일입니다. 대형사고가 수시로 발생하는 지역이었는데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여 설계와 추진을 전적으로 도맡았습니다. 또 1995년 광안대교가 설계되고 기관 간 협의가 진행될 때, 담당 실무자로서 현수교 또는 사장교로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관철한 일이 기억납니다. 수영 요트장이 다리 내측에 있는데 향후 해양레저 인구가 늘고 사업이 활성화하면 요트나 모터보트가 커져 마스트의 높이도 훨씬 높아질 걸 내다본 겁니다. 다리 중앙부의 교각 간 거리를 넓히고 교량상판의 수면상 높이도 최대로 끌어올리도록 주장했습니다. 그 외에도 2000년 전후 약 4년간 PSC 업무를 담당하여 우리나라를 블랙리스트 국가에서 화이트리스트 국가로 전환한 일, 2015년 세월호 사고 이후 결원이 많던 상황에서 IMO 사무총장 선거 대책 본부를 총괄하여 임기택 총장 당선에 기여한 일, 세월호 후속조치로 해사안전감독관 제도가 도입될 때 행정안전부를 설득하여 34명의 감독관 정원을 확보하고 주도적으로 관련된 법과 규정, 매뉴얼을 마련한 일 등에 보람을 느낍니다.


Q. 2022년 제10대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취임하셔서 많은 활동을 하셨습니다. 활동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연수원이 수년간 각종 정부평가에서 낮은 평을 받는 가운데 부임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고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노력했습니다. 모든 현장을 직접 점검했고, 자격시험 시에도 연간 30주 이상 주말까지 출근해 현장 지휘를 맡았습니다. 연수원의 3대 업무 분야로 나누어 말씀드리면 재교육 분야에서는 고객의 시각에서 교육과정 개선과 대기자 최소화를 위해 추가교육 개설에 주력했고, 경력단절해기사 특별과정 운영, 격·오지 출장 교육 확대를 추진했습니다. 단기해기사 양성 분야에서는 교육생 유치를 위한 홍보 방법의 다변화, 산업계 협업 추진체계 마련, 전사적 교육생 유치 켐페인 등을 통해 그간 미달하던 4개 과정의 정원을 모두 채웠습니다. 자격검정 분야에서도 연수원에서 처음으로 시행하는 도선사 시험, 선박안전관리사 시험을 오류 없이 시행함으로써 자격검정기관의 신임도를 제고했습니다. 또한 해기사 면접시험 표준화, CBT 시험 인프라 확충 및 시험확대를 추진하여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Q. 최근 경력단절 해기사를 위한 맞춤형 집약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해사사회의 호응을 얻었는데요, 이에 대한 말씀해주시면 감사합니다
승선근무 후 육상에서 생활하다가 여러 사정으로 다시 해기직으로 복귀를 원하는 40~50대 경력단절 해기사가 상당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시 승선하기 위해 받아야 할 7~8개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하려면 4~5개월이 소요됩니다. 긴 이수 시간으로 중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말을 듣고, 산업계의 인력난을 해소하고자 모든 교육을 압축해 1개월 특별과정을 개설하고 2023년에 두 차례 실시했습니다. 앞으로 (사)한국해기사협회와 협업하여 전 선사, 선원에게 홍보하여 프로그램 이수자를 늘릴 생각입니다.


Q. 연수원의 오션폴리텍 양성과정이 수년간 정원미달 상태로 운영되어왔는데 올해에는 경쟁률이 3:1에 이를 정도로 지원자가 많았습니다. 비결이 있을까요
해운업계와 수산업계의 심각한 구인난을 고려했을 때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홍보 방법을 변화시켰습니다. 홍보 기간을 1개월에서 5개월로 늘렸으며, 여러 유관 단체와 협업체계를 꾸려 연수원 단독으로 시행하던 홍보활동을 폭넓게 시행했습니다. 협회 소속 전 선사와 선원까지 확대하여 중점적으로 인력 유치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아울러 전국 시도의 구직센터와 각 대학의 취업센터를 연계하고 해군 전역자, ROTC 예편자, 새터민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실시했습니다. [공부의 신] 등 파워유튜버도 섭외해 홍보영상물을 유튜브 채널에 게시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산업계와 연계하여 인력 유치 홍보를 입체적, 다각적으로 시행할 예정입니다.


Q. 오션폴리텍 졸업 후 장기근속을 위하여 해사 사회가 협조할 사항은 무엇인가요
오션폴리텍 과정을 수료하고 2년 후 승선하고 있는 졸업생의 비율을 승선 유지율이라고 합니다. 현재 대략 65% 수준입니다. 이 유지율을 높이는 데 산업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통계를 보면, 오션폴리텍 졸업생의 10년 이상 승선 비율이 36%로 양 해양대학 졸업생보다 약 10% 높습니다. 다시 말해 승선 초반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면 장기승선자의 비율도 올라갈 것입니다. 오션폴리텍 출신 실습생들이 승선 초기에 잘 적응하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실습생에 대한 복지와 처우 개선에도 신경 써 주시기를 바랍니다.


Q. 향후 비전 및 계획이 궁금합니다
내국인 해기사와 부원 수가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내국인 선원 재교육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연수원도 이에 따라 영역을 확대해야 합니다. 현재 일반인 대상 단기 인력양성, 국내로 송입되는 외국인 선원 교육훈련, 국제 승선 실습 확대, 해상풍력, 자율운항기술 및 친환경선박 관련 기술교육 등 신규 사업 분야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연수원의 조직 체계도 발전적으로 재정립, 확대될 수 있도록 기관의 중장기 발전 계획을 새롭게 수립하고자 검토 중입니다.


Q. 끝으로 후배 해기사, 특히 해양수산공무원으로서 성공하려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해양수산공무원으로서 고위직까지 맡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직급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분야에서 어떤 직급으로 근무하든 이타적인 마음으로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일하며 좋은 평판을 받고, 보람을 얻는다면 그것이 성공적인 공무원 생활이라고 봅니다. 해기사는 명예를 중시하며 사회에 봉사하는 직업입니다. 후배 해기사들이 이에 자부심을 안고 승선근무 뿐만 아니라 육상의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활약하길 기대합니다. 오늘도 험한 파도 속에서 오대양 육대주를 항해하실 많은 선후배 해기사 여러분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