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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양상선(주) 채영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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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길 2024-05-16 10:21:22

 

위기를 극복한 판단력으로 상생을 제안하다
우양상선㈜ 채영길 대표이사


1998년 IMF와 2007~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버텨낸 두 회사의 대표이사이자 국립한국해양대학교 총동창회장으로 활동하는 채영길 대표이사를 만났다.
그는 승선생활에서 기른 판단력으로 해사와 해운 단체의 숙제를 짚고, 그 해결안을 제시하고 있다.


Q. 현재 하시는 활동을 기반으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우양상선㈜와 ㈜코리아쉽메니져스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습니다. 올해 2월부터 21대 국립한국해양대학교 총동창회장으로 부임했으며 한국해운협회 비상임감사, 한국선급 비상임감사,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 비상임감사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주로 해운계 각종 유관 단체의 감사로서 활동하는데, 회계나 재무 등을 기업 경영인의 관점에서 감사하고, 예산 편성 등 내부 경영에 일부 참여하여 해운관련 단체가 효율적으로 발전할 방향을 제안합니다.


Q. 몸담고 계신 우양상선㈜ 그리고 ㈜코리아쉽메니져스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우양상선㈜는 철강제품, 곡물, 비료, 철광석 등 원자재를 전 세계로 해상 운송하는 해운업체로, 사선 15척을 포함하여 30~40척 정도를 운항하고 있으며 연 매출은 3,000억원 규모입니다. ㈜코리아쉽메니져스는 선박관리전문회사로서 다양한 선종의 선박 약 30여 척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Q. 우양상선㈜의 대표이사로 자리 잡으시기까지 과정이 궁금합니다
전라북도 군산에 태어나서 군산고등학교, 국립한국해양대학교 75학번 31기 기관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산코라인(Sanko Line)의 송출 해기사로 5년 동안 승선했습니다. 하선한 다음에는 결혼했죠. 결혼하지 않았다면 더 승선했을 겁니다(웃음). 그 정도로 승선생활이 만족스러웠습니다. 일본 산코라인의 매닝에이전트인 천경해운의 송출선에 승선했고, 하선 후에는 천경해운의 사선 공무 감독으로서 부산에서 육상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서울 본사에서 선박관리, 보험, 용선과 화물크레임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출근 전에는 일본어를, 퇴근 후에는 영어를 열심히 공부한 기억이 납니다. 1984년 12월에 근무를 시작해서 우양상선㈜를 인수한 1998년 2월까지 일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업 파트너가 된 일본 선주를 만났습니다. 일본어와 영어를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그들과 원활히 소통하며 업무 신뢰를 쌓았습니다.


Q. 바다에서의 경험이 육상에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바다에서는 필요한 시기에 육상으로부터 적절한 지원을 받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항상 대안을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기관이 고장 났을 때 적절한 예비품이 없으면 본선에서 임시방편으로라도 응급조치하여 위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능력과 판단력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승선했기 때문에 나이 든 부원들을 통솔하기 위한 솔선수범과 리더십을 배울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육상근무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Q. 1998년에 우양상선㈜를 인수하시고, ㈜코리아쉽메니져스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시면서 IMF와 세계 금융 위기를 몸소 겪으셨습니다.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묻고 싶습니다
우양상선㈜의 계열사인 삼창기업이 부산 감천항에서 원목, 고철 등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하역회사였는데, 1998년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로 원목, 고철 등의 수입이 중단되면서 부도가 났습니다. 연대보증을 선 계열사가 부도나니 우양상선㈜도 부도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때 그동안 신뢰를 쌓아온 일본 파트너의 자금지원을 받아 우양상선㈜ 인수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에는 더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냉철하게 판단하고 무리하게 선대를 확장하지 않은 것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먼 사태 직전에는 자기 자금 5% 정도만 있으면 선박을 도입하여 선대를 확장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파격적인 금융 조건이었죠. 그렇지만 우리 회사의 화물 집하 능력과 운항 여력 등을 보수적으로 판단하여 무리한 확장을 자제했습니다. 훗날 BDI가 급격히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시장의 붕괴가 일어났을 때, 우양상선㈜는 선대 확충에 따른 금융 부담을 덜 지면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Q. 그 시간과 직접 부딪히며 기업인으로서 느낀 보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쯤에, 산코라인의 경영진이 우양상선의 미주, 구주 철강 제품 해상운송에 산코라인 선박 이용 등, 양사 협조방안 협의를 요청해왔습니다. 그렇게 산코라인 일본 본사에서 당시 경영진과 회담했습니다. 제가 해기사로 승선했던 선주회사의 경영진과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아 동등한 선주로서 업무를 협의한다는 사실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한 1979년도만 해도 일본은 아주 잘나가는 해운 선진국이었고, 우리나라의 원양선사는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도 세계 해운 강국이 되어 있었습니다.


Q. 올해 2월 제21대 국립한국해양대학교 총동창회 회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소감과 회장으로서의 포부를 여쭙고 싶습니다
70년 역사를 가진 국립한국해양대학교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해운 명문대학입니다. 모교의 총동창회장이라는 자리는 굉장히 영광스럽고, 그런 자리를 맡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총동창회의 역할은 동문 간의 친목 도모와 모교 발전 기여라고 생각합니다. 동문 간의 친목 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서울, 부산 등 각 지회의 활성화를 지원토록 하겠습니다. 또한, 모교 발전을 위해서는 최근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글로컬 30 대학에 모교가 선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글로벌 국적선사의 발전을 위해 한국 해사 사회가 협조할 사항은 무엇인가요
국가가 선진국 반열에 들어갈수록 해기사 인력난은 피할 수 없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외국 선원과의 혼승은 불가피한 대세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단일민족이라는 이념 아래 있고, 외국인에 대해 포용적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듯합니다. 최근에도 선내 따돌림 등의 문제가 입법화된 사례가 있습니다. 한국인 선원만의 승선이 어려운 현실에서, 한국 선원이 외국 선원을 따뜻하게 포용하고, 서로 부족한 점을 가르쳐주고 배우며 상생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유관 단체와 정부 차원의 노력이 확대되었으면 합니다.


Q. 한국 해기전승의 위기가 계속 거론되고 있습니다. 과거 해사 사회의 난항을 극복하신 분으로서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나라는 섬나라처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수출입 무역의 99.7%를 바다에 의존하기 때문에 한국 상선대는 앞으로도 확장될 것입니다. 반면, 이 추세가 이어지면 그에 필요한 한국 해기사 승선원이 상당히 부족할 겁니다. 선원직 매력화 방안이 시급합니다. 선박에서 단절감을 느끼지 않도록 통신 데이터를 지원하고, 휴가부여 자격기간 단축 및 유급휴가 기간을 연장하는 등 선사 측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공감대 위에서, 최근 노사정 대타협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선원이 필요한 만큼 선사에서 비용적인 측면도 고려하고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익자 부담 원칙이죠. 또한, 일정 기간 승선한 해기사들이 육상으로 진출하고자 할 때 지원해 주는 경로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육상직에 진출하거나 전문직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육·해상 순환 근무 시스템도 제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승선을 오래 하는 게 좋다는 주장만으로는 매력화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원할 때 육상에 머물고 바다로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합니다. (사)한국해기사협회에서도 현재 해기사들의 경력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는데, 아주 좋은 작업입니다. 더불어, 국적선대에 고용해야 하는 외국 선원을 우리가 직접 양성해야 합니다. 외국에 투자하여 선원 학교를 만드는 등의 사업을 주도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선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Q. 향후 우양상선㈜와 ㈜코리아쉽메니져스, 국립한국해양대학교 총동창회의 비전 및 계획이 궁금합니다
최근 국제적인 현안으로 떠오른 기후변화 대책으로 선박용 연료유도 탈탄소화가 대세입니다. 우양상선㈜도 장기적인 회사 경영을 위해 메탄올이나 암모니아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선박관리회사인 ㈜코리아쉽메니져스는 이런 차세대연료 추진선박을 잘 관리 운영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국립한국해양대학교 총동창회에서는 국립한국해양대학교가 글로컬 대학 30에 선정되어, 한국 해운을 이끄는 해양 인재양성 특성화대학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토록 하겠습니다.


Q. 끝으로 기업인으로서 성공하려는 후배 해기사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의미 있는 승선생활이 중요합니다. 대학생 시절 불교학생회에서 활동했는데 ‘일체유심조’라는 말을 특히 좋아했습니다. ‘모든 건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똑같은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보이는 것, 얻는 것이 달라집니다.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승선생활을 ‘버티면’ 그 시간이 굉장히 지루할 수밖에 없습니다. 외부와 단절될 수밖에 없는 그 시간을 자신의 내적 성장과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으로 여기고 값지게 쓰는 게 중요합니다. 회사를 경영하는 지금도 그때의 경험과 생각에서 큰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실제로 육상에서는 현실적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승선생활 때처럼 장기간 갖기 힘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