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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기관직 공무원 강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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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규 2023-03-15 09:27:23

 
풍랑 가운데 시야를 넓히다
선박기관직 공무원 강인규

처음에는 기관사를 꿈꿨다. 그다음 해양경찰을 준비했고, 최종적으로는 서울특별시 선박기관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연이어오는 어려움과 변화 가운데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나아가는 모습은 등대가 어둡고 거친 밤바다를 비춰 뱃길을 여는 일과 비슷해 보였다.



Q. 선박기관직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선박에 항해 파트와 기관 파트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무원의 직렬에도 선박항해직과 선박기관직이 있습니다. 선박기관직은 공무원 직렬 중 선박의 기관 분야에서 근무하는 직렬입니다. 따라서 관공선 등에서 기관부의 일원으로서 근무합니다. 선박에서의 근무 외에도 전반적인 행정업무나 선박 관리업무도 담당합니다. 그때는 항해직이나 기관직 상관없이 같은 업무에 임합니다.


Q. 현재 자리 잡기까지의 성장 과정이 궁금합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야 해기사라는 직업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전부터 바다에 아주 관심이 없던 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의 예전 꿈이 항해사였고, 그 때문인지 쉬는 날에는 가족들과 함께 바다에 놀러 가는 일이 많았습니다. 바다를 보며 여러 가지를 알려주신 아버지와 바다와 관련된 서적을 많이 구해주신 어머니 덕분에 바다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것을 알았습니다. 또한 과학, 특히 공과 계열에 관심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공과대학 진학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찰나에 해기사, 그중에서도 선박기관사라는 직업을 알았습니다. 평소 바다를 좋아했고, 원하는 공과 계열의 공부도 하면서 실무에 임할 수 있는 알맞은 직업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목포해양대학교의 해양메카트로닉스학부에 입학하여 해기사가 되기 위한 초석을 닦았고, 졸업 후 3급해기사 면허를 취득하였습니다.


Q. 현재 직업을 선택한 동기나 계기가 있을까요?
선박기관직 공무원을 선택한 계기는 좀 우습지만 ‘실패’입니다. 여느 해양대학교 학생들처럼 선사에 취업하여 3등기관사로 근무했다면 서울시 지방직 공무원은 생각도 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친구들은 하나둘 졸업 전 선사에 취업하지만,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나만의 속도와 길이 있다고 생각하며 시야를 넓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많은 동문 선배가 재직하는 해양경찰에 관심이 생겼고, 해양 의무경찰로 근무하며 해양경찰이 되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제대 후 경찰 시험을 준비하던 중, 시험 일자가 6개월 정도 미뤄졌습니다. 그동안 준비한 것도 밀려버린다는 생각에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교수님께서 서울시 지방직 공무원 중 한강에서 근무하는 선박직 공무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셨습니다. 미뤄진 시험 기간 동안 지방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Q. 공무원 과정을 준비하면서 공부한 것을 자세히 알려주시면 감사합니다. 또, 공부는 어떻게 이어오셨는지도 궁금합니다.
다행히 전에 준비하던 해양경찰 시험 과목이었던 기관술은 서울시 공무원 시험 과목이었던 선박 기관과 공통된 내용이 많았습니다. 나머지 두 과목이었던 물리, 선박 일반 역시 대학생 시절 공부해 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 과목들은 타 지방직 공무원 시험보다 난도 높은 편이었기 때문에 유튜브 강의나 참고서를 활용하여 잘 모르는 개념을 공부하고, 기출문제를 여러 회차 반복하여 풀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 절대적인 공부량을 늘리기보다 짧은 시간 집중해서 공부하는 쪽이 더 효율 높았습니다. 잠을 줄여가면서까지 무리하지 않고, 적당히 여유를 가지고 공부에 임했습니다.


Q. 채용까지의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선박기관직은 해기사 면허나 타 기사 자격증을 보유해야만 지원할 수 있습니다. 우선 1차로 필기시험을 봅니다. 시험 과목은 물리부터 선박 일반, 선박 기관까지 총 3개입니다. 한 달 정도 후에 시험 결과가 나오고, 다음으로 인·적성검사를 봅니다. 인·적성검사가 끝나면 면접 안내가 오고, 본인의 해당 면접일에 면접이 진행됩니다. 서울시 지방직 공무원 면접은 ‘5분 스피치’ 후 개별질문으로 이루어집니다. 5분 스피치는 현장에서 주어지는 주제로 15분 동안 스피치를 준비하여 5분 동안 발표하는 면접시험입니다. 준비했던 스피치를 마치면 발표에 대한 개별질문을 받습니다. 타 직렬의 면접까지 끝난 후 몇 주가 지나면 최종 합격 발표가 나옵니다. 합격하면 임용등록을 한 뒤 본인이 근무하게 될 부서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대기 후 채용됩니다.


Q. 취업을 준비하시면서 겪은 특별한 일화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실 1차 필기시험을 본 후 반쯤 포기한 심정이었습니다. 준비한 기간이 짧기도 했고 해양경찰 공부도 병행하다 보니 필기시험 가채점 점수가 기대보다 낮았기 때문입니다. 체념하는 마음으로 아예 다른 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냉동 기계 전문 회사를 알아보고 면접까지 봤습니다. 출근일을 조정하고 있을 때, 친구가 조언해주었습니다. 공무원 시험 결과를 본 뒤에 다른 길을 보는 게 낫지 않겠냐, 만약에 필기시험이 합격한다면 너무 아쉽지 않겠냐는 이야기였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연히 조언대로 행동했겠지만, 짧은 기간 집중해서 준비한 만큼 그냥 지금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기에 한동안 고민했습니다. 결국 친구의 조언을 받아들여 출근일을 미루었습니다. 그리고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그때 그대로 출근했다면 아마 공무원이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일로 포기하지 말자는, 어쩌면 당연한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겼습니다.


Q. 내륙지방에 있는 선박기관직은 주변 사람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도 있겠는데요. 해양 지역의 선박기관직과 차이점이 있을까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말씀드리자면 같은 지방직 공무원 사이에서는 근무지 차이가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선박에서 근무하거나 선박 관련 행정업무 등을 담당하는 점은 같습니다. 그저 선박이 항행하는 곳이 바다인지, 강인지의 차이입니다. 강이나 호수에서 근무해도 해양 지역의 선박직과 업무난이도가 달라지진 않습니다.
주변의 인식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바다에 배가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 사람이 당연히 알고, 그와 관련된 해양경찰공무원, 해양수산부공무원이 있다는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내륙의 선박직에 대해선 잘 인지하지 못합니다. 저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한강에서 근무하는 선박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해양경찰, 해양수산부 외 각 지방직 공무원에도 선박 관련 직렬이 있고, 내륙이라도 강이나 호수에서 운영하는 관공선이나 유도선을 관리하는 선박직이 있다는 사실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Q. 후배 해기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후배들에게 조언하기에는 저도 아직 후배에 해당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다들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처음 선사 취업에 실패했을 때, 해양경찰 시험이 미뤄졌을 때, 공무원 필기시험을 잘 못 봤다고 생각했을 때 등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시도하니 결과를 맛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해기사는 여러 곳에 있습니다. 각종 선사에 소속되어 항해사, 기관사로서 근무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양경찰, 해양수산부 외에 관세청 등에서도 일하고 있습니다. 각 지방직 공무원에도 선박직이 있으며 남이섬에서 근무하는 해기사도 있습니다. 물론 내륙에 있는 해기사의 수는 해양 지역에 있는 해기사보다 적습니다. 하지만 적다고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처럼 선사에 취업하지 못하거나 다른 진로를 찾고 있는 해기사 후배들이 다양한 길을 알아보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방금 제가 말씀드린 다양한 진로는 모두 해기사 선배님들이 열고 닦아두신 길입니다. 그 길이 막히거나 좁아지지 않도록 후배들이 잘 따라가며 이어 나가길 바랍니다. 해기사들이 더욱 넓은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