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 목표를 정한 순간 반은 이룬 것”
조광일 부산항도선사
조광일 도선사는 동네 형을 따라 부산해사고에 진학해 바다로의 꿈을 키웠다. 바람대로 해기사가 된 그는 만44세의 나이로 도선사가 됐고 이는 부산해사고 출신으로는 처음이다. 마도로스를 동경하던 그는 이제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었다.
Q.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A. 도선사는 항만·운하·강 등 일정한 도선구에서 선박에 탑승해 해당 선박을 안전한 수로로 안내하는 일을 합니다. 변화무쌍한 바다 위에서 선박을 안전하게 접안시키는 책무를 갖고 있지요. 각 항만의 조류, 수심 등 바다의 모든 상황을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Q. 어떻게 해기사라는 직업을 택하게 되었나요?
A. 전남 진도에서 나고 자란 저는 동네에 함께 살던 형이 부산해사고에 입학해 공부하는 것을 보며 바다를 향한 동경을 갖게 됐습니다. 그렇게 ‘나도 해기사가 되어 세상을 누벼야지’ 하는 생각으로 부산해사고에 입학하게 되었고, 조금은 막연한 시작이었지만 공부를 할수록 이 길에 확신이 생겼습니다.
Q. 언제부터 도선사의 꿈을 키우셨나요?
A. 1항사로 배를 타던 시절부터 도선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품었습니다. 그러다 배에서 1년, 육지에서 1년 정도를 공부해 2016년 도선사 시험에 처음 응시했고 다음해인 2017년에 재응시하여 두 번 만에 합격했습니다.
Q. 26년간을 승선하셨습니다. 오래 시간 해상 생활을 할 수 있던 힘이 있다면요?
A. 저는 해기사를 제 천직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25살 병역 특례가 끝나고 1년간 육지 생활을 한 것을 제하고는 26년을 승선했습니다. 물론 육상 생활보다 해상 생활이 더욱 익숙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해기사가 사회에 공헌하는 바에 늘 자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진심으로 사명을 갖고 임하다보니 즐겁게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다음 생에도 해기사를 택할 것입니다.
Q. 도선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요.
A. 먼저, 응시자격을 갖추기 위해 약 20년 가까이 승선해야 함은 기본입니다. 여기에 ‘시작이 반’이라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도선사 시험이 한 번 만에 합격하기가 쉽지 않아 애초에 시도를 하지 않는 분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더욱이 ‘할 수 있다’라는 의지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만 해도 반은 성공한 것이지요.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희생되는 여러 문제들을 생각하기보다는 ‘일단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도전해보시기바랍니다.
“현재가 더 큰 미래로 나아가는 소중한 시간임을 알고 오늘을 더욱 의미있게 꾸려나가시길 바랍니다.”
Q. ‘도선사’는 매년 직업만족도 조사에서 1~2위를 다투는데요. 조광일 도선사님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시는지요?
A. 아마 이 직업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도선사가 직업만족도 1위라는 사실에 이견이 없으실 것 같습니다.(웃음) 그만큼 저는 매우 만족스럽게 임하고 있고,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다른 도선사 분들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Q. 직업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소득이 높다는 것은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이에 더불어, 약 보름을 일하면 일한 기간만큼 쉴 수 있어 개인 시간을 보내기에 더없이 좋은 직업입니다. 승선할 때보다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고요. 뿐만 아니라 도선사 개개인이 각자의 업무를 하다 보니 일반 회사와는 다르게 업무적으로 서로 관여하는 부분이 없습니다. 책임감을 갖고 독립적으로 일을 해나갈 수 있지요. 다만, 그것들을 누리기 위해서는 충분히 업무에 숙달되어야한다는 점을 아셨으면 합니다.
Q. 업무 스트레스는 없나요?
A. 물론 힘들 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날씨가 좋지 않거나 선박 사고가 나는 등 신경 쓰일 일도 많죠. 하지만 이 또한 여러 번 겪다 보면 익숙해집니다. 시련이 올 때마다 노하우를 다져간다 생각하면 긍정적인 기운으로 바뀝니다.
Q. 도선사를 희망하는 예비 해기사, 해기사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A. 배 위에서 생활한 시간을 ‘버리는 시간’ 혹은 ‘희생하는 시간’으로 여겼다면 오늘과 같은 자리에 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현재 마주한 환경이 더 큰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임을 알고 오늘을 더욱 의미 있게 꾸려나가시길 바랍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인내해야할 순간이 왔을 때 큰 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