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의
마지막 동행에
함께하다
반려동물 장례식장
아이헤븐 대표 정이찬
한때 2등항해사로 활동하던 정이찬 대표는 하선하여 반려동물 장례식장 아이헤븐(iheaven)을 이끌고 있다. 해기사 출신의 보편적인 진로에서 시선을 돌려 자신만의 분야를 항해해나가는 중이다.
Q.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A. 경상남도 김해에서 반려동물 장례식장 아이헤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같이 생활하던 강아지나 고양이 등 가족 같은 반려동물이 숨을 거두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염습과 화장 등의 과정을 진행하며 동물과 반려인의 마지막 배웅에 함께합니다.
Q. 이전에는 4년여 승선 생활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 선용품 회사라는 육상직으로, 다시 반려동물 장례업체로 진로를 바꾸셨죠. 직업을 바꿔오신 계기가 있을까요?
A. 목포해양대학교 항해학부 안전관리학과를 50기로 졸업하고, 4년간은 2등항해사로 승선했습니다. 처음에는 승선 생활에 만족하여 캡틴과 파일럿까지 하려고 했습니다. 장기 승선으로 수입을 모을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다 동문 선배님의 권유로 선용품 회사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승선하다가 납품업체 직원으로 가는 경우는 드문 일이긴 합니다. 그렇게 5년간 선박납품업을 통해 사회생활을 경험했습니다. 해외 출장과 팀장 역할로 많은 것을 배워서 추후 경영 활동의 주춧돌로 삼았습니다. 이후 제대로 경영을 공부하고 싶어 울산에서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며 MBA 경영학석사를 졸업했습니다. 선용품 회사에 근무하던 시절에는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동문 선배가 사장이기도 하여 저를 많이 챙겨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기 일을 직접 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안정적인 직장인보다 운항을 담당하고 책임지는 캡틴, 즉 오너(Owner)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컸습니다.
Q. 사업으로 반려견 장례사업 분야를 고르신 이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강아지를 어릴 적부터 매우 좋아했습니다. 학창 시절엔 수의학과를 준비할 정도였습니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수의학을 전공하려면 성적이 최상위권에 들어야 했는데, 제가 응시한 해의 수능이‘불수능’이었습니다. 성적이 애매하게 걸치는 바람에 진학이 어려워졌습니다.
이후 사회생활과 경영 공부를 함께 하며 반려동물 산업이 계속 성장세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반려동물 장례식은 다소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임을 알았습니다. 평소에 관심이 갔을 뿐 아니라 블루오션에 가깝기도 한 이 사업을 눈여겨보고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Q. 현재 하시는 사업, 아이헤븐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A. 아이헤븐은 지방에서 최초로 프리미엄 반려동물 장례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반려동물은 사람보다 수명이 짧으며, 보통 15년 전후로 생을 마감합니다. 삶을 다한 반려동물의 장례를 진행하려는 보호자에게는 현행법상 3가지 합법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1. 생활폐기물 구분으로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폐기처리
2. 의료폐기물 구분으로 동물병원에서 의료용품들과 함께 의료폐기물 소각처리
3. 농림축산부에 정식 등록된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 화장처리. 영업등록번호와 함께 화장증명서 발급 원칙
아이헤븐에서는 위 기준에 따른 3번째 방법으로 개별 화장 및 장례를 진행합니다. 장례는 사람의 삼일장과는 다르게 하루 만에 이루어지며, 1시간 30분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절차는 상담–염습–추모–화장–수골–분골–유골함 인도의 순입니다. 보호자가 추가 절차로 요청하면 납골당에 봉안하거나, 루세떼스톤(Lucete Stone) 제작도 할 수 있습니다. 루세떼스톤 제작은 반려동물의 유골을 영롱한 구슬 형태의 스톤으로 가공하는 것으로, 보호자가 오랫동안 반려동물과 함께 있고 싶다는 의사를 표할 때 진행됩니다.
Q. 일하면서 느끼시는 고충과 보람을 말씀해주시면 감사합니다.
A. 처음 3년 정도는 자리 잡기까지 쉽지 않았습니다. 업체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비스의 본질을 아는 사람이 늘어나고, 한 번 서비스 받은 고객들의 재방문 비율도 높아지면서 점차 아이헤븐이란 브랜드가 경상권에서 자리 잡았습니다. 노력의 햇수로 6년이 지난 현재는 동물병원 수의사나 보호자가 가장 많이 찾아주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되었습니다.
다른 힘든 점이라면, 아무래도 마지막 순간 뒤에 장례가 이루어지다 보니 늘 슬픔과 침묵 속에서 시간이 흐르는 점입니다.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보호자와 동행하고 참관하는 직원들이 초반에 같이 눈물 흘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장례가 끝나면 보호자 분이 자신을 위로해주는 지도사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그럴 때면 직원들이 보람을 느끼고 일에 원동력을 얻습니다.
Q. 바다에서의 경험이 육상에 도움 될 때가 있을까요?
A. 사실 학교 단체생활과는 다른 해상에서의 조직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했습니다. 습득이 느렸기 때문에 다소 늦게 적응한 듯합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 강한 정신력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극복하는 과정도 남다르게 겪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짧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간혹 진행되는 상륙이나 에이전트의 방문, 문화교류 등이 간접적이나마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된 듯합니다.
Q. 이 분야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마음가짐이 있을까요?
A. 동물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기본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런 마음에서 진실한 서비스가 수반됩니다. 여기에 보호자를 응대하는 서비스까지 발전시켜, 보호자와 죽음을 맞이한 반려동물에게 알맞은 장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Q. 향후 대표님의 비전 및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우선 관련된 유관 업종을 통합하여 브랜딩하고 싶습니다. 또, 아이헤븐이 영리 추구를 넘어 모든 반려동물을 위하는 본질 시스템으로부터 발전하는 산업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런 바람이 관련 업계에도 확장되어 대한민국 전체에 반려동물 산업이 한 걸음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
Q.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 및 해기사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주어진 단체생활과 해상생활에 충실하되, 시야를 넓히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서적을 많이 접했습니다. 책으로 저자의 경험과 마인드를 경험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뉴스와 실생활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장 눈앞의 연봉이나 안정에 목매기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다소 늦더라도 스스로 잘 할 수 있고, 자신만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