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경험을 선원 처우개선의 발판으로
SK해운연합노동조합 김종엽 조직부장
SK해운연합노동조합에 몸담은 김종엽 조직부장은 인터뷰 내내 선원들의 처우개선을 거듭 강조하였다. 그의 행보를 뒷받침하는 것은 가능한 다양한 상황과 사람을 만나는 경험 그리고 이를 모두 귀 기울여 듣는 자세였다.
Q. 현재 하시는 활동을 기반으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2008년도에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경찰학과를 졸업하여 현재 SK해운연합노동조합과 (사)전국해운노동조합협의회에 근무하는 김종엽이라고 합니다. 현재 제가 속한 기업 SK해운에 소속된 선원들을 비롯한 대한민국 선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이런 인터뷰를 하여 감회가 남다릅니다.
Q. 자리 잡으시기까지의 성장 과정이 궁금합니다.
재학시절 학군사관후보생이었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군대에 입대했고, 해군 해난구조대에서 2년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했습니다. 사실 학창 시절에는 승선근무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제대하는 대로 해양경찰 간부후보생 시험을 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군 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 계기로 인해 ‘해양대학을 졸업했으니 이 분야에서 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승선경력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고, 제대 후 승선근무를 결심했습니다.
범진상운에서 승선을 시작하여 SK해운에 이르기까지 약 4년 정도 승선생활을 했고, 지금까지 SK해운연합노동조합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운노동조합원을 회원으로 받는 (사)전국해운노동조합협의회의 정책위원회 팀장 업무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Q. 현재 계신 노동조합에 대해 자세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SK해운연합노동조합은 2004년, SK그룹에서 유일하게 자생적으로 설립된 노동조합입니다. 처음 노동조합이 설립됐을 때는 해기사 출신의 집행부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전무하여 예기치 못한 난제가 많았습니다. 또한 당시의 기업문화가 노동조합에 대해 굉장히 폐쇄적이었기 때문에 대내외적으로 노동조합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데도 어려움이 컸습니다. 그러나, 우리 노동조합은 전체 구성원 90% 이상의 사직서를 위임받아 집행부를 중심으로 응집하고 단결하여 조직적 안정을 갖추고,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구성원 처우를 개선했습니다. 현재 SK해운연합노동조합은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및 (사)SK그룹노동조합협의회, (사)전국해운노동조합협의회의 회원으로서 SK해운에 근무하는 선원의 처우개선(임금인상을 비롯한 복리후생 증진 등) 및 고충 처리에 힘쓰고 있습니다. 나아가 선원법 개정 활동 등 모든 대한민국 선원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정책적 업무, SK그룹 근로자와 지역사회 구성원에 대한 선원의 사회적 위상을 드높일 여러 가지 기여 활동을 전개하는 중입니다.
Q. 노동조합에 관심을 가진 동기나 계기가 있을까요?
처음 선원으로 승선할 때는 노동조합의 중요성이나 필요성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빨간 띠를 두르고 집회하면서 그들의 이익을 위해 큰 목소리를 내는 단체, 그 정도가 제가 생각한 노동조합의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휴가 중 노동조합이 주관하는 여러 행사에 참여하면서 노동조합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직접 보고, 다른 조합원과도 소통하면서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깨달았습니다. 노동조합이 하기에 따라 선원들의 처우가 달라질 뿐 아니라 어려움에 부닥친 동료를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때부터 노동조합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Q. 일터에서의 일과가 궁금합니다.
선박에서나 조합원에게 접수된 고충이 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실조회 및 해결방안을 찾아 고충을 해소하는 일을 주로 합니다. 회사와는 상시로 구성원의 처우개선을 위한 단기적인 현안에 관련된 미팅과 구성원의 고용안정 및 회사의 성장을 위한 장기적인 대안 마련 미팅을 진행합니다. 또한, 개인적인 고충으로 사무실에 방문하는 조합원과 개인 상담을 진행하고, 노동조합과 회사의 현안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도 하며, 조합원 경조사가 있을 때 결혼식장 방문, 조문 등의 경조사 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사)전국해운노동조합협의회 및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등의 활동을 통해 타사 선원노동조합과 연대하고, 회사의 구성원을 비롯하여 선원 직업의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적 지원 및 관련법을 개정하는 업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Q. 업무를 통해 느낀 고충이나 보람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노동조합을 찾는 사람들은 기쁘고 좋은 일보다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습니다. 선원에게 발생하는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 드리지는 못하지만, 항상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도움드리고자 합니다. 노동조합에 근무하면서 여러 가지 제도나 법적인 내용에 대한 이해가 없어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자주 봐왔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도울 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반면, 우리 선원에 관련된 법령들이 육상의 근로자와 차이가 있다 보니 법 규정을 통해 보장받지 못하는 사각지대(특히 선원 재해 등)에 놓여있는 영역에서 지원에 한계를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들을 개선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현재 직업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을 말씀해주시면 감사합니다.
노동조합은 소수의 인원으로 업무를 진행합니다. 그 때문에 업무의 부담이 개인에게 생길 수 있다는 단점이 있으나, 한편으로 그렇기에 의지에 따라서 보다 다양한 분야와 영역에 걸쳐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선원노동조합의 업무는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인 업무영역으로도 확대되기 때문에 자신의 노력과 의지에 따라 노동조합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Q. 노동조합의 일원이 되기 위한 자질이나 자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무엇에 많은 관심을 두고 무엇을 알아야 할까요?
공감과 소통을 위한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은 이해관계가 다른 우리 구성원의 이익을 한데 모아서 회사와 교섭을 진행해야 하므로 다른 나이와 직급 등에 따른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취합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수많은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위해서는 진심으로 구성원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힘들고 절박한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는 상황이 많기에 타인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공감할 수 있는 자세는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입니다.
Q. 바다에서, 해기사로서의 경험이 육상 활동에 도움 될 때가 있을까요?
육상에서 바다와 관련된 업무를 한다면 선박이라는 환경에서의 경험과 마음가짐은 무조건 도움된다고 생각합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경험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선원으로서 해상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선원을 위하는 순수한 마음만 가지고서는 바다와 선원에 관련된 업무를 제대로 이해하고 수행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Q. 향후 비전 및 계획이 궁금합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한 전 세계적인 물류대란을 극복하는데 우리 선원들이 역할이 지대했다는 사실을 누구도 반문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인 지금도 여전히 선원의 위상은 사회적으로 높지 않으며, 선원이라는 직업은 위험하고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기피되는 현실입니다. 선원 직업에 대한 정확한 사실과 장점들을 전파하고, 여러 가지 대외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 내 선원의 위상을 높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육상과 비교해서 열악하거나 부족한 제도 혹은 법규가 있다면 보완하고 시정하여 선원의 근로 여건 또한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Q. 후배 해기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선배로서의 조언 등)
학교 다닐 때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저도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아야겠다’라는 마음으로 의도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문득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자고 발버둥을 치더라도, 결국 우물 안에서 살 수밖에 없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우물의 크기는 모두에게 같은 게 아니라 개인의 노력과 역량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능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하라고 권고하고 싶습니다. 그러한 경험과 노력, 인적 네트워크가 우물의 크기를 더욱 넓혀줄 뿐 아니라 자신의 가치도 더 높여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