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존재 이유는 ‘학생’…모든 일의 목적은 학생을 향해야”
최준영 부산해사고등학교 부장 교사
최준영 교사에게 학생은 제자임과 동시에 해기사 후배다. 그렇기에 그의 교육 철학은 당장의 성과보다는 먼 미래를 향해있다. 그와 나눈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학생이 있었다.
Q.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A. 부산해사고등학교의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해기역량교육부(전문교육부) 부장이자 1학년 기관과 4반의 담임으로서 열기관과 기관 영어 수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교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A. 한국해양대학교에서 기관학을 전공하였습니다. 졸업 후, 현대상선에서 약 5년간 승 선하였는데 2등 기관사 시절 디젤선과 터빈선을 오가며 많은 경력을 쌓았습니다. 하지만 1등 기관사가 된 이후, 제 자신이 과거 모시던 1등 기관사님들에 비해 이해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어 밤낮으로 디젤기관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지적 호기심을 키우던 때, 마침 모교 한국해양대학교 실습선 한바다호에서 조교(2등 기관사)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으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모교 후배들과 함께 항해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원 생활과 병행가능해 디젤엔진을 심화 학습하여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학위를 마친 후, 당시 지도 교수님의 추천으로 외국계 기업으로 다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application engineer로서 처음 엔진을 만들 때 Turbocharger를 엔진에 탑재한 후 성능을 테스트하고 인증해주는 업무였습니다. 업무의 특성상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할 때가 많았는데, 그 과정에서 ‘내가 진정으로 잘할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다 교생 실습을 하던 때를 떠올렸습니다. 교사라면 내가 열정을 다해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부산해사고등학교의 교사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Q. 교사가 되기 전에 다양한 경력이 있으시네요.
A.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한 사람이 3~5개의 직업을 가진다고들 하지요. 저 또한 교사가 되기 전에 3개의 직업을 가진 셈입니다. 그 과정을 거쳐 오늘의 제가 존재하는 것이고요. 교직 이수를 하던 당시에는 ‘반드시 교사가 되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준비한 것입니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 준비하고 있는 것에 충실하되 앞날을 향해 열린 자세로 준비하고 투자하시기를 바랍니다.
Q. 해사고등학교의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한가요?
A. 항해·기관 2급 정교사 자격증이 필요합니다. 항해·기관 2급 정교사 자격증은 한국해양대학교(목포해양대학교는 교직과정 개설 준비 중)에서 교직과정을 이수하거나 부경대학교 수산과학대학에서 항해·기관전공 석사 과정을 졸업하면 취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격증이 있다고 모두가 교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임용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또한 해기사를 양성하는 기관이니만큼 실무(승선) 경력이 많으면 유리하겠습니다.
Q. 어떤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하시나요.
A. 교사의 존재 이유는 ‘학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판단 기준은 학생이 되어야 합니다. 아주 사소한 부분일지라도, 이 업무가 학생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우선적으로 생각합니다.
Q.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A. 부산해사고 학생들은 기숙사인 승선생활관에서 생활합니다. 전원이 아침 6시 30분에 기상하며 정규 수업이 끝난 이후에도 일정이 이어집니다. 이곳에 온 지 2년차 되는 해에 승선생활관의 사감부장을 맡았는데, 학생들이 규칙과 규율을 철저히 지키도록 엄격하게 지도했습니다. 가슴 한 구석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학생들이 승선 생활에 잘 적응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악역을 자처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웃음)
Q. 이 직종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다면요.
A.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은 교사들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입니다. 함께 부대끼고 생활하다 보면 자연히 사제지간의 정이 생기는데, 그러면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도 학교생활에 재미가 생깁니다. 가끔 졸업생이 찾아와 감사인사를 전할 때는 정말 큰 보람을 느낍니다.
Q. 교육에 있어 특히 강조하는 부분이 있나요?
A. 교사는 지식 교육뿐만 아니라 생활 지도, 인성 교육 등 다양한 면에서 학생들을 돌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중 제일은 인성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사하기’와 ‘경청’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습관은 선상 생활은 물론이고 사회에 나가서도 큰 자양분이 되리라 믿습니다.
Q. 승선을 앞둔 학생들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드시나요.
A. 3학년 학생들이 실습 전 종종 인사를 오는데 그때는 만감이 교차합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있는 학생들이 기특하면서도, 해기사 선배로서 학생들이 겪어야 할 고충들이 떠올라 안타까운 마음이 앞섭니다. 특히나 해양대학교가 아닌 해양고등학교 출신의 학생들은 비교적 작은 선종의 선박에서 근무하게 되는데, 그 환경은 어린 친구들이 겪기에 열악한 곳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학생들에게 ‘처음에 그렸던 꿈을 잊지 말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고는 합니다.
Q. 꼭 전하고픈 말씀이 있으시다고요.
A. 오늘도 5대양을 항해하고 계신 자랑스러운 해기사분들께 부탁의 말씀을 드립니다. 누구나 처음은 있습니다. 실습생 혹은 초임 해기사들을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기를 바라며, 어린 학생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가르침과 배려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