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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현 교수 2020-01-14 10: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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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선 생활에서 겪은 다양한 사례들… 학생들과 교감하며 전달하는 조력자 되고파”

조소현 한국해양대학교 해사수송학과 교수


그는 기회를 만드는 사람이다. 승선을 하고자 삼고초려한 끝에 첫 선박에서 휴가 없이 18개월을 바다에서 보냈고, 여성 해기 인력의 해운산업 진출을 위해 국제해사기구(IMO)에 의제를 제시하는데 자문위원으로 노력하였다. 그리고 지금, 그가 만든 또 하나의 기회가 출발점에 서있다. 업계가 진일 보할 모두의 기회다. 


Q.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A. 한국해양대학교 해사수송학과의 조교수로 근무하며 예비 해기사인 학생들에게 선박 적 하, 선박 조종과 같은 해기 직무를 교육하고 있습니다. 한국해양대학교 운항학과를 졸업 해 동 대학원에서 해운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수료했고, 세계해사대학에서는 해운경영학 석사를 취득했습니다.


Q. 학기를 끝내고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계시다고요. 

A. 작년 2019년도 2학기에 이곳 한국해양대학교 강단에 처음 섰습니다. 지난 학기를 돌아 보면 충분한 준비기를 갖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데요. 새학기를 앞두고 어떻게 하면 알찬 강의를 제공할 수 있을지, 학생들이 그것을 잘 받아들일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 다. 특히, 지식 전달에만 충실하기보다는 학생들과 교감하며 학습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 참여하며 즐길 수 있는 강의를요.

 

Q. 이곳에 오시기 전,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서 해기사를 대상으로 교육을 하셨다고 들었 습니다. 연수원 교육과 학교에서의 강의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같은 해기 주제를 두고도 교육 대상에 따라 교수법의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해양수산연 수원의 교육생들에게는 단기간에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야하므로 선박에서 바로 적 용할 수 있는 실무적인 부분에 집중해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이에 비해 학교 학생들에게 는 3~4개월 동안 넓은 범위에서 지속적으로 교육을 전달하게 됩니다. 실무적인 것보다 는 실무로 가기 위한 기초를 닦는 과정이므로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이해를 시킬 수 있을 지에 관점을 두고 있습니다.

 

Q. 대학 생활은 어떠셨나요? 

A. 대학 진학을 앞두고 친구로부터 한국해양대학교에 대한 정보를 듣게 됐습니다. 충남 태 안에서 나고 자랐던 제게 부산은 조금은 멀고 낯선 도시였습니다. 사실 대학 생활 전까지 는 이곳을 졸업한 후에 대개 승선을 하게 되는 줄도 몰랐습니다. 선박을 다루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학교라고만 생각했던 것이지요. 거기에 ‘해양’을 떠올렸을 때의 미지, 설렘, 도전과 같은 감정에 이끌려 입학을 결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본격적인 학교 생활을 시작 하고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모범생의 생활은 아니었던 것이지요. 그러다 3학년이 되었고 점점 사회인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하면서 ‘승선을 하는 것이 향후 육상의 다른 자리에 가서도 큰 도움이 되겠다’하는 생각에 승선을 결심했습니다. 그간의 성적이 우수하지도 않았을뿐더러 그 당시에도 여학생들에게는 승선 기회가 아주 적었기 에 굉장히 절실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선사에 전화를 걸어 승선 의지를 피력하는 등 나 자신을 적극 어필하였습니다. 장기 승선하겠다는 의지만큼은 그 누구보다 크다 고 자부할 수 있었고, 그것이 제 경쟁력이라 생각했습니다. 학업에 충실하지 못했던 과거를 후회하기보다는 ‘지금이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잘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 으로 임한 것이지요. 그렇게 어렵사리 승선 기회를 얻었고, 한 배에서 휴가를 받지 않고 18개월을 승선했습니다. 선원법에 저촉되지만 않았다면 분명 더 오래 승선할 수 있었을 겁니다. 휴가를 다녀오면 다시 나를 채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함이 있었기에 이를 증명해내고 싶었습니다.

 

Q. 하선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1항사까지 약 7년간 해상에서 생활했습니다. 그 시절 선교에서 IMO와 관련된 도서를 많 이 접했는데요. 해상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업무가 IMO에서 만든 국제 협약에 의해 이루 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IMO의 활동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중 30대를 맞이했고, 결혼이나 출산 등 여성이라면 으레 갖는 전통적인 역할에서 자유롭지 못해 하선을 결심 했습니다. 그 대신 내가 가진 승선 경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육상의 직종에 종사하 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렇게 승선 생활을 마치자마자 대학원에서 해운경영학을 공부 했고, 때마침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서 IMO 국제협약과 관련된 인력을 구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해 국제협력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Q. 선박에서 겪은 크고 작은 사고들이 오늘날 큰 교훈이 된다고요.
A. 승선 기간 동안 직간접적인 선박 사고들을 경험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경각심을 갖고 끊 임없이 각오를 되새기며 임했고 그것이 더 나은 승선 생활을 위한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성공만큼이나 실패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학생들에게 운항 그 자체뿐 아니라 인간관계, 의사소통, 팀워크, 리더십 등 선박이라는 작은 조직 내에서 더없이 중요한 요소들에 대해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습니다. 결국은 그 요소들이 업무와 직결되어 사고와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겪었던 실패, 불편함, 어려움들을 나누고 공감해 그 방향을 제시하는 조력자가 될 수 있다면 더없이 보람되겠습니다. 

Q. 연수원에서 강의할 때, 여성으로서 겪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A. 때로는 ‘여자가 해기 교육을?’하는 호기심 어린 시선을 주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처음에 는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러한 편견에 갇히지 않고 교육 자체만으로 만족감을 주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교육생으로부터 좋은 피드백을 받았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Q. 올해 ‘IMO WIMA Korea’라는 단체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고요. 
A.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서 국제협력 업무를 담당하면서 IMO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TC(기술협력위원회)에서 활동하며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TC는 개발도상 국에 전문가를 파견해 교육, 훈련, 자문을 하고 선진국으로 초청해 새로운 기술을 전수해 주는 등 기술협력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요. TC에서는 ‘여성 해기 인력’에 관한 주제도 30년간 다뤄왔습니다. 하지만 그 역사에 비해 족적이 많지 않다고 느꼈고, 전세계 여성 해기 인력을 위한 활동의 필요성에 대한 의제 문서를 우리나라에서는 제가 처음으로 제 안하게 됐습니다. 현재 IMO에서는 각 대륙별, 나라별로 여성 협회(WIMA : Women In Maritime Association)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활동하기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여성 해기사 뿐만 아니라 해운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여성 해기 인력을 대상으로 합니 다. 우리나라도 회원국으로서 올해 ‘IMO WIMA Korea’의 출범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Q. 후배 해기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저는 학창시절 아주 특출난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 아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모범생이 아니라도, 대단히 특별하지 않아도, 차곡차곡 경력을 쌓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의 길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꾸준한 자세와 열정으로 먼 훗날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재도 그러하지만 과거 해운 산업은 국가기반이 되는 아주 중요한 산업이었습니다. 특히 해기사는 상당한 외화획득을 가능케 한 산업 역군입니다. 앞으로 젊고 유능한 후 배들이 해운 산업에 조금 더 두각을 내고 기여해 해운 산업이 재도약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