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기사의 직역소개
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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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모 사무총장 2020-10-13 11:34:32
“선장은 선박운항 분야의 최고 전문가…
포럼 활동범위 넓히며 해사발전에 기여할 것”
-김영모 한국선장포럼 사무총장
올해 6월 27일로 창립 2주년을 맞이한 한국선장포럼은 업계 내 존재감을 발하며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해사분야에 50여 년 몸담으며 역량을 다져온 김영모 사무총장은 후배 해기사들에게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 더 오래 승선할 것’을 당부했다.
Q.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A. 2018년 설립된 한국선장포럼의 상근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한국선장포럼은 최고 의결기구인 총회가 있고 하부에 29명의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있는데, 이들 기구 조직의 활동을 지원하는 제반 사무업무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Q. 해양대 입학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저는 53년생 72학번, 한국해양대학교 기수로는 28기이니 지난 이야기를 꺼내면 요즘 말로 ‘라떼는 말이야’ 부류로 취급될까봐 부담스럽습니다.(웃음) 또래의 동기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집에서 태어나 어렵게 학업을 이어오다 ‘국비’로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끌려 한국해양대학에 진학하였습니다.
대학생활은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전통적인 사관후보생으로서의 단체훈련과 함께, 당시는 캠퍼스가 영도에서 조도로 옮기는 때였기에 캠퍼스 시설은 열악했고 교사 신축에 필요한 노동력으로 동원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그때의 심신의 단련이 오늘날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보탬이 되었지 않나 싶습니다. 4학년 1학기에는 학생대대장을 맡았는데 이는 제가 학창시절 내세우는 가장 큰 자랑거리입니다. 2학기 때부터 학군단이 연대 체제로 바뀌게 되어 한국해양대학교의 마지막 학생대대장을 지낸 셈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SANKO LINE 탱커에서 첫 3항사를 시작으로 1항사까지 승선근무를 하다가 이후 범양상선(현 PAN OCEAN)으로 이적하여 1항사, 본사 해무부 해무담당, 기획실 기획담당으로 근무하던 중 한국해기연수원(현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이 설립되면서 교수요원으로 지원한 후 31년을 근무하고 2014년 정년퇴직하였습니다.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여 사고원인 조사를 위해 국회에서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를 구성해 2018년 8월까지 부위원장으로 참여한 후, 2018년 11월부터 현재의 한국선장포럼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Q. 한국선장포럼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A. 한국선장포럼이 설립된 지 2년이나 되고 「海바라기」를 통해 매달 기술정보를 게재하고 있음에도 아직 일선 선박에서는 선장포럼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섭섭한 마음도 듭니다.(웃음) 한국선장포럼의 출범은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사고의 원인은 선주의 무리한 화물적재, 본선의 복원성 미확보, 화물의 고박불량, 조타장치의 고장, 본선의 퇴선조치 미시행, 구조당국의 부적절한 대응 등이 복합된 결과입니다. 그러나 당시 정치권과 언론들은 마치 연안여객선산업과 선박에 승선하는 선원들만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상황에서 전문가 집단 어느 누구도 나서서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자성에서 해사사회를 대변하는 전문가 집단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이 조직이 태동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선장포럼의 출범에는 한국해기사협회의 역할이 컸습니다. 해기사 집단의 최상위에 있는 선장들만의 별도의 조직이 결성될 경우 해기사조직이 와해될 수 있다는 주위의 염려를 다독이고 해사관련 단체장들을 설득하여 후원을 이끌어내었으며, 출범이 용이하도록 선장포럼을 협회 내 조직의 일부로 수용하고 사무공간을 제공하는 등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지금까지 해오고 있습니다.
Q. 한국선장포럼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A. 한국선장포럼은 선박운항 분야에 최고의 전문가인 선장들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사 기술분야를 조사하고 연구하며 자문함으로써 우리나라 해사발전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출범 이후 몇몇 구체적인 활동을 살펴보면, 먼저 선박사고 발생 시 전문가로서의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2019년 발생한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의 광안대교 충돌사고와 헝가리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침몰사고 시 각종 언론매체에 나가 해상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실상을 알렸습니다.
각종 자문활동도 열심히 하였습니다. 해양수산부, 해양안전심판원, 해사관련 단체, 선박으로부터 각종 해기관련 자문이 있을 경우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선장들이 투입되어 조언을 하였습니다.
선장들의 경험을 전수하는 교육도 빠질 수 없지요. 선사로부터 요청을 받거나 공개강좌를 몇 차례 개설해 교육을 실시하였는데, 교육은 워낙 많은 곳에서 실시하고 있어서인지 지금까지는 생각만큼의 호응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신, 실무책자의 발간은 현장에서 꽤나 반응이 좋은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3권의 전문 서적을 발간하여 선박에 전달하였는데, 선장들의 현장 경험이 담겨서인지 많은 분들이 실무에 도움이 된다고 말씀해 주셨고 책을 추가로 찾는 분들이 많답니다.
정책보고서도 3권 발행하였습니다. 다중이용시설인 연안여객선의 사고예방과 국내 해양사고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어선운항 사고예방에 대해 정책의견을 제출하였고, 해외 주요 국가들의 선장협회 활동내용도 조사함으로써 향후 우리나라의 선장포럼의 방향설정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Q. 해기사는 한국선장포럼에 어떻게 참여하고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A. 현행 규정으로는 총톤수 3천 톤 이상 선박에 3년 이상 선장으로 근무하여야 정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으나, 향후 이 기준을 완화시켜 보다 많은 선장님들이 한국선장포럼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선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선장님들이 한국선장포럼에 참여하여도 개인적인 부담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한국선장포럼의 운영경비는 해사관련 단체들의 후원금과 법인회원들의 회비 그리고 연구용역 수입으로 충당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선장님들이 본 단체에 가입하시게 되면 선장님들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경험을 한국 해사사회에 기부하고자 하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선장님들은 명예와 존경심으로 보상을 받으시게 될 것입니다.
출범 초기이기는 하나, 벌써 해사산업계에서는 한국선장포럼의 명칭과 참여범위에 대해 재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정 해사분야 전문가집단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선장만이 아닌 기관장의 참여도 필요하고, 활동범위도 운항기술 분야만이 아닌 해사산업 전반을 대상으로 하여야 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보다 많은 승선경력자들이 미래의 변화된 한국선장포럼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Q. 후배 해기사들에게 해주고픈 말씀이 있다면요.
A. 대학 졸업 후 50여 년 동안 해사분야의 직업인으로 활동하면서 잘한 일보다는 후회스러웠던 일이 더 많은 것 같아 감히 후배 해기사들에게 자신 있게 말하기가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인생의 선배로서 하고 싶은 말은 몇 가지 있답니다.
우선, 주어진 조건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십시오. 어느 조직에서나 똑똑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소 부족한 사람이 있고, 부지런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게으른 사람도 있습니다. 똑똑하고 부지런하면 금상첨화겠지만, 똑똑하지만 게을러 요령을 피우며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부류는 그 순간은 보상을 받을지라도 반드시 피해를 보더군요. 해운사회가 생각보다 좁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바보가 아니거든요.
둘째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상대를 대하도록 노력하십시오. 나와 남은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생각과 행동도 다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나와 다른 생각과 행동을 ‘다름’으로 보지 않고 ‘틀림’으로 보면서 갈등이 생깁니다. 같은 선내 동료가 그렇고 심지어는 같이 살을 맞대고 사는 부부 사이도 그렇더군요. 상대를 오해하기 전에 먼저 상대가 왜 그런 생각이나 행동을 하였는지 음미해 보십시오. 또, 상대를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본인의 능력계발에도 도움이 됩디다. 제가 교육을 하고, 연구를 하고, 발표를 할 때 먼저 상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파악하고 거기에 타깃을 맞추어
결과를 내었던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니어 직급까지 승선경험을 쌓기를 부탁합니다. 최소 1항·기사 까지 경험을 갖추어야 후일 육상의 해사분야 직업을 택할 때 선택의 폭이 넓어집니다. 낮은 직급에서 조기하선을 하는 것이 육상전직의 기회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낮은 선내 직책 경험만으로는 향후 본인에게 주어지는 대상 직업 또는 직책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1항사까지만 승선하고 연수원에서 해운실무를 강의할 때 선장님들을 대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어렵사리 연수원의 도움을 받아 휴직하고 일선 선장으로 파견나가 선장경력을 쌓고 다시 교단에 서게 되었습니다. 일전에 해기사출신으로 처음 해양수산부장관이 된 문성혁 장관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교수, 박사, 선장 세 가지 타이틀을 다 갖춘 사람이 거의 없는데, 세계해사대학에 재직 시 그래도 선장으로 불리는게 가장 자랑스러웠다고 하였습니다. 해운계에서 더 큰 꿈을 가지겠다면, 그리고 더 큰 역할을 기대한다면 지금의 작은 기회에 매몰될 필요는 없습니다. 알 수 없지 않습니까? 앞으로 내가 얻을 수 있는 좋은 직업이 기다리고 있는데 미리 조기 하선하는 바람에 그런 기회조차 못 얻게 되는 지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