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기사의 직역소개
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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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상 2023-01-16 09:59:16
항해사의 오늘을 ‘웹툰’으로 풀어내다
웹툰 작가
황희상 2등항해사
동글동글하고 아기자기한 동물 캐릭터들이 걷고, 웃고, 말하며 바다 위에서의 다채로운 일상을 펼쳐나간다. 폴라리스쉬핑(주)에서 근무하고 있는 황희상 항해사의 웹툰 작품 『항해사의 그림일기』다. 독자들은 만화 캐릭터의 귀여움에 매료되고, 나중에는 이야기에 몰입하여 페이지를 넘긴다. 2023년 海바라기의 개편과 함께 해기사의 그림일기, 『온더더씨툰』이 지면에 연재된다.
Q.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항해사의 그림일기』라는 인스타그램 웹툰을 연재하는 2등항해사 황희상입니다. 제 주변뿐만 아니라 선원들의 가족과 연인, 해양대학생, 해사고등학생, 연수원, 일반인들에게 항해사와 선원의 삶을 알리고 있어요.
현재 ‘폴라리스쉬핑(주)’에 근무하는 중입니다. 선박은 대형 철광석 운반선인 VLOC(Very Large Ore Carrier)가 주를 이루며, 중국과 브라질, 한국과 호주 항로로 철광석을 운송하고 있습니다.
Q. 지금의 자리에 오시기까지 과정이 궁금합니다.
A. 고등학생 시절의 장래 희망은 경찰이었습니다. 하지만 기관장이신 아버지와 같이 목욕탕에 갈 때마다 아버지가 해양대학교를 계속 추천했어요. 평소 아버지가 타는 배에 자주 놀러 갔고, 항해사에 대한 동경심을 품고 있었죠. 아버지의 권유에 항해사라는 꿈을 가지고 목포해양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대학생 시절에는 대형 선박에서 일하는 항해사가 근사해 보였어요. 대형 철광석 운반선 위주로 구성된 현재 회사를 목표로 공부하여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처음에는 일에 적응하느라 여유 시간이 없었지만, 점차 경력이 쌓이며 시간적 여유가 생겼죠. 그 시간에 디자이너인 친누나(밍작가)를 따라 그림을 배웠고, 현재는 인스타그램 웹툰 『항해사의 그림일기』를 밍작가와 함께 연재 중이랍니다.
Q. 현재 선박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가요?
A. 2등항해사로서 12시부터 16시, 0시부터 4시까지 항해 당직을 서고 있습니다. 2등항해사의 업무는 정말 다양해요. 그중에서도 제가 하는 가장 중요한 업무는 항해 계획 작성 및 항해 장비 관리입니다. 선박이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안전하고 신속하게 화물을 운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항해 계획을 작성합니다. 작성한 계획은 ECDIS(Electronic Chart Display and Information System, 전자해도표시시스템)에 반영하여 선장님께 보고드리고 검토받습니다. 그러고 나면 항해 장비들이 항시 잘 작동하도록 점검 및 관리를 진행합니다.
Q. 『항해사의 그림일기』를 연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항해사라는 직업은 매우 멋있고, 저 또한 이 직업에 만족하며 지내고 있어요. 하지만 항해사와 선원에 대해 모르는 주변 사람이 많아 보였습니다. 주변에 직업을 말했을 때 이런 말을 자주 들었거든요. “힘들겠다”, “불쌍하다 힘내”, “원양 어선 타? 참치 많이 먹겠다.” 그래서 항해사와 선원의 삶을 이해하기 쉽게 그림으로 알리고자 계정을 만들고 작품을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작품활동에 크게 신경 쓰지 않던 부모님도 이제는 언제 웹툰을 올리는지 물어보며 누구보다 응원하고 있답니다.
Q. 『항해사의 그림일기』에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가나요?
A. 주로 저 혹은 주변 사람이 실제로 겪은 사연, 배를 타면서 느끼는 감정, 해양대학교 재학 시절의 추억, 항해사의 휴가 일상 등을 에피소드로 그렸습니다. 점점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분이 늘더라고요.
Q. 웹툰 작업 과정을 알고 싶습니다.
A. 초창기에는 그림과 업로드를 모두 도맡았습니다. 배에서 여가 나는 대로 작업하고, 인터넷이 빠른 날에 작품을 계정에 올리는 방식으로요. 하지만 인터넷 속도를 관리하기 어려울뿐더러 배에서의 업무량이 늘어나면서 계정 운영에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과를 전공한 밍작가에게 협업 작업을 제안했습니다. 지금은 제가 스토리라인을 잡아 밍작가에게 보내면 밍작가가 작품을 마무리하고, 제가 다시 내용 검토를 거쳐 올리는 방식으로 작업 중입니다.
Q. 캐릭터는 어디에서 모티브를 가져오나요?
A. 캐릭터 대부분은 가상의 인물이고, 몇몇 캐릭터는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만들었습니다. 현재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가져온 캐릭터는 강아지를 본뜬 캐릭터 해뭉(본인), 여우 캐릭터 써니(김선정 1등기관사), 펭귄 캐릭터인 펭두(목포해양대학교 지도관)입니다. 앞으로도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캐릭터를 더 제작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Q. 항해와 연재를 병행하며 어려움을 느끼지 않으시나요?
A. 배의 인터넷 속도는 느리고, 한 달에 사용할 수 있는 양에도 제한이 있어요. 계정운영과 업로드 주기에 한계와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가에 그림을 그리고 업로드했을 때의 성취감이 피로와 스트레스를 줄여줍니다.
Q. 『항해사의 그림일기』로 소개한 일화 중 특별한 일이 있다면 소개 부탁합니다.
A. 아버지가 KIOST(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기관장입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일하는 배가 부두에 정박할 때마다 가족끼리 배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겁게 논 추억이 많았죠. 항해사가 된 후부턴 바다에서 아버지가 타고 있는 배를 만나 교신하고 싶다는 꿈을 품었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어린 시절 자주 들렀던 아버지의 회사 배를 중국 연안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키며 VHF(Very High Frequency)로 교신했습니다. 아쉽게도 아버지는 다른 배에 타고 있었어요. 그래도 꿈이 이루어진 것 같아 행복했답니다.
Q. 『항해사의 그림일기』로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A. 부산 일러스트페어, 서울 일러스트페어에 등 다양한 아트 페어에 밍작가와 함께 참여하고 싶습니다. 작품과 더불어 포스터, 스티커, 열쇠고리, 자석 등의 굿즈를 선보였으면 좋겠어요. 귀여운 이미지를 통해 일반인이 해기사의 이야기에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자 합니다.
Q. 후배 해기사들, 해기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A. 항해사뿐만 아니라 선원으로서 일하는 삶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저는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바다 위에서 일할 때는 외롭고 힘들지만, 연령 대비 받을 수 있는 연봉이 높고, 다른 직업 대비 긴 휴가를 받습니다. 부원이 아닌 사관으로서 책임감을 느낄 수 있고, 특례를 마친 후에는 다양한 취업의 길이 펼쳐집니다. 취업 시기도 빠릅니다. 이런 장점들을 앞으로도 작품으로 풀어낼 수 있으면 좋겠네요. 해양대학교에 다니는 후배들에게도 해기사라는 직업을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