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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커피 임재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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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홍 2023-07-17 18:26:38

 
경험이 녹아 들어간 한 잔의 향기
구루커피 임재홍 대표


2020 KCRC(한국커피로스팅챔피언십)에서는 3위, 2022 골든커피어워드 하우스블렌드 부문에는 1위를 거머쥐었다. 배의 엔지니어로서 매사에 최선을 다한 구루커피 임재홍 대표는 로스팅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도 독보적이다. 그가 만들어내는 커피향기 만큼.


Q. 현재 하시는 활동을 기반으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목포해양대학교 기관공학과 49기 임재홍입니다. 현재 ‘구루커피로스터스’라는 업체를 운영하며 원두 납품, 창업컨설팅, 커피 교육 등 커피와 관련된 여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로스팅과 관련된 각종 대회에 계속 도전하고 있으며, 여러 행사 진행이나 앰버서더 활동(2022 스트롱홀드)도 하는 중입니다.


Q. 현재 자리 잡기까지의 성장과정이 궁금합니다.
3년간의 승선 생활을 마치고, 사업에 목표가 생겨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던 중 커피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2011년 처음으로 ‘구루커피’라는 이름으로 매장을 개점했습니다. 그 후 2호점, 이탈리안 레스토랑, 퓨전 중식 등 요식업을 진행하다 2016년 즈음 ‘스페셜티’ 분야를 접하고 커피 로스팅 부분에서 좋은 성과를 만들어가면서 현재는 커피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 3곳에서 구루커피를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광양본점, 서천점, 순천 공마당점). 신규 매장도 준비 중입니다.


Q. 커피에 관심을 가진 동기나 계기가 있을까요?
엔지니어 출신인 저는 커피라는 음료보다 커피와 관련된 기계 장비들에 관심이 컸습니다. 승선생활 동안 다루어 왔던 지식 덕에 기계의 구조, 시스템을 이해하는 일이 간단하다고 느낄 만큼 수월했습니다. 그런 부분에 열중할수록 커피라는 음료의 맛을 만들어내는 일에 중요성을 느꼈고, 커피 맛의 기반이 로스팅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제게 딱 맞는 일이었기에 힘든 줄 모르고 한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학교 다닐 때 조금 더 공부를 열심히 할걸’하고 생각했습니다. 로스팅은 철저히 열역학, 유체역학에 기반합니다. 제가 일생을 살면서 대류, 전도, 복사라는 단어를 쓸 거라는 생각이나 했을까요?


Q. 상당한 사람이 이미 커피에 관심을 둔 만큼 그 길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진로를 선택하기 전 어떤 고민을 하셨고, 또 어떤 일을 계기로 로스터의 길을 결심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매장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아메리카노보다는 달콤쌉싸름 믹스커피를 즐겨마셨어요. 오죽하면 승선 중 시애틀에 갔을 때 스타벅스 본점이 바로 옆에 있었는데도 신경 쓰지 않았죠. (웃음) 그러다 <커피프린스 1호점>이라는 드라마를 애청하면서 커피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당시에는 하고 싶은 일 리스트에 항목이 하나 추가되는 정도였는데, 어느덧 로스터의 삶을 살고 있네요. 당시 제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1등 기관사 진급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관사로서 시니어에 대한 동경을 품어왔고 급여 조건 또한 쉽게 뿌리치기 힘들었지만, 오랜 기간 고민한 끝에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과, 앞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며 두 번째 선택지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1년 안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정리하고 다시 승선생활을 하겠다는 단서조항도 내세웠죠.


Q. 로스터의 삶을 준비하면서 연구한 것을 자세히 알려주시면 감사합니다.
제 최대 자산인데, 공개해야 하나요? (웃음) 커피는 대중이 마시니까 항상 일정한 맛을 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데이터로그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일정한 수치 데이터와 환경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온도, 습도, 기압, 생두 수분율, 입자크기, 커피 가공 방법, 열원(가스; LPG, LNG, 전기; 전압, 주파수) 등 로스티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의 상태를 최대한 비슷하게 유지해줘야 합니다. 승선하면서 정말 많이 직면한 부분 중 하나가 대기온도, 해수온도, 습도, 그에 따른 출력 차이 및 열관리 등 열과의 싸움이었습니다. 로스팅 또한 그 부분에서 상당한 유사점이 있습니다. 생두에 어떻게 열을 잘 주입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합니다. 공기 순환량, 화력, 대류열, 전도열 등 적절한 열원을 잘 사용해야 합니다. 주위에 있을 겁니다. 왠지 삼겹살 잘 굽고, 라면 잘 끓이는 사람이요. 저는 그런 ‘왠지’라는 부분을 객관화 및 수치화하고 의미를 부여하여 데이터로 만듭니다.


Q. 대표님의 시그니처 원두가 있다면 자세히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GURU Coffee Blend T1, T2라는 두 가지 블렌드가 있습니다. T1은 플로럴함과 프루티한 향미가 부각된, 소위 말하는 산미 있는 커피입니다. 산미를 싫어한다는 고객에게는 “혹시 새콤달콤한 과일 드세요?”하고 여쭤본 뒤 신맛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좋은 산미의 커피를 마셔보지 못한 것이라 설명하곤 합니다. T2는 견과류, 카카오, 카라멜 등 단맛과 고소함의 밸런스가 좋은 커피입니다. 그 밖에 제가 신경 쓰고 있는 시그니처메뉴는 ‘싱글오리진’이라고 불리는 각 산지별 커피들입니다. 스페셜티의 명성답게 매번 테스팅을 통해 소량만 들어오며, 들어온 해에만 마실 수 있습니다.


Q. 대표로 계신 구루커피에 대해 자세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구루커피는 스페셜티 커피를 주력으로 하는 카페입니다. ‘본점’은 카페를 겸하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서천점’에서는 오롯이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이곳은 ‘광양 불고기 특화 거리’에 위치하여 지역 주민은 물론, 타지에서 온 관광객까지 다양한 고객이 방문해주고 있습니다. 순천의 ‘공마당점’은 낡은 주택을 구루커피 스타일로 재해석하여 개조한 공간이며, 다양한 컨셉을 시도한 첫 지점입니다.


Q. 직업을 통해 느낀 고충이나 보람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주말이나 공휴일처럼 일반인들이 쉬는 날에 일해야 한다는 점이 우선 걸리고요. 많은 사람이 카페나 커피에서 여유와 힐링을 즐기는 데 반해, 저는 저도 모르게 여러 방면으로 평가할 때가 있어 ‘이게 직업병이구나’하고 느낍니다. 때에 따라선 날을 새 가며 로스팅하기도 합니다. 지금도 대회 기간이라 커피를 많이 마시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맛있다” 한 마디면 정말 보상받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이 직업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을 말씀해주시면 감사합니다.
커피가 그저 단순한 한 잔의 음료처럼 보여도, 들여다보면 정말 많은 분야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커피를 만드는 사람도 그렇습니다. 단순히 장사하는 직업으로도 보일 수 있지만 노력에 따라 존경받고 존중받을 수 있으며, 많은 사람이 동경하는 직업 같습니다. 커피는 다양한 퍼포먼스가 가능하기에 관련된 각종 대회와 행사가 개최되고, 때로는 지역의 상징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만큼 많은 사람이 즐기는 식품이 어디 있을까요? 매년 새롭고 기대가 됩니다. 올해는 어떤 커피가 나올지, 그 커피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어떨지, 얼마나 맛있을지···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일이 내 직업이라는 게 얼마나 이상적인가요.


Q. 로스터가 되기 위한 자질이나 자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궁금증이 많아야 합니다. 다양한 시도와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강한 엔지니어라면 이 분야에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담당 기기의 트러블 앞에서 자의적으로 날을 세워 열정을 가지고 해결한 경험이 있는 후배님 있을까요? (웃음) 기회의 문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물론 커피를 좋아해야겠죠.


Q. 바다에서의 경험이 육상에 도움 될 때가 있을까요?
앞서 몇 차례 말씀드렸지만, 어디 하나 버릴 것 없는 경험입니다. 특히나 선박에서의 경험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예를 들어, 생두 대부분이 컨테이너에 실려 적도를 거쳐 한국으로 들어옵니다. 업체분과 대화하다 보면 적도를 거쳐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자세히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배로 오니 시간이 걸린다는 정도로만 인지하는 거죠. 뜨거운 곳을 지나온 커피의 온도에 의한 품질 저하를 저만 인지하여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올해 말 즈음부터는 냉동 컨테이너를 이용한 커피가 들어올 예정입니다. 그 외에도 기계가 오작동하는 등의 웬만한 돌발상황에서 긴장을 덜 하고, 원인을 아주 빠르게 파악한다는 점도 도움이 됩니다. 대다수 사람은 로스팅이라는 업종이 엔지니어링과 연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 직업은 엔지니어 관점에서의 데이터를 정말 많이 필요로 합니다. 해양대학교를 나와 엔지니어링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가끔 생각합니다.


Q. 향후 대표님의 비전 및 계획이 궁금합니다.
현재 커피 시장은 서울·경기와 경상지역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대다수 실력 있는 유명 로스터리 업체가 앞서 말한 지역에 분포하기도 합니다. 타지역의 커피인들이 구루커피라는 공간에서 상생하고 소통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사람들에게 스페셜티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제대로 만들어진 커피를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Q. 후배 해기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선배로서의 조언 등)
해양대학교 진학은 제 일생에서 정말 크고, 좋은 결정이었습니다. 승선 생활은 단순히 병역특례나 수익 같은 단편적인 부분만이 아닌, 남들보다 유리한 상황에서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상황까지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승선을 계속하실 분에게는 안정과 여유로움이 있을 것이고, 다른 진로를 고민하시는 분에게는 조금 더 편하게 집중할 상황을 제공해줄 것입니다. 잘 풀리지 않더라도 절대 바닥을 보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돌아올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우 또한 상당한 만큼 해기사는 장점이 많은 직업입니다. 당장은 느끼지 못하더라도 승선 기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잘 이루며 살고 계신 분이라면 공감하리라 생각해요. 어느 분야에서든지 노력하는 사람, 목표가 있는 사람은 꼭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해기사 출신의 선후배들이 정말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는 듯한데, 어느 곳에서든 노력하는 분을 존경합니다. 좋은 기회로 여러분과 만나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