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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오션(주) 임석원 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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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원 2024-03-18 10: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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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에서 꾸준함을 추구하다
팬오션(주) 임석원 기관장


임석원 기관장은 ‘사이’에 있다. 젊은 나이의 기관장으로서 시니어 사관과 주니어 사관의 중간에, 선박기관사 일상 유튜버로서 선원과 일반인의 징검다리로.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사이에서 해온 일들에 큰 목표를 둔 것이 아니라고 거듭 언급했지만, 자신 앞에 놓인 여정에 꾸준함과 최선의 노력만큼은 놓치지 않았다.


Q. 현재 활동을 기반으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국립한국해양대학교 선박전자기계공학부 66기를 졸업한 기관장 임석원이라고 합니다. 졸업 후 2014년 팬오션에 입사하여 지금까지 10년 동안 근무했습니다. 더불어 틈틈이 유튜브 채널 ‘히뿡 커플 [선박기관사랑 연애하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채널은 이제 1년 정도 됐습니다.


Q. 이른 나이에 기관장이 되셨다면 뚜렷한 목표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사실 처음부터 큰 꿈을 가진 건 아닙니다. 수능을 치고 나니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았고, 성적에 맞는 대학교를 찾다가 해기사는 군대에 가지 않으면서 큰돈을 모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괜찮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해양대학교에 진학했습니다. 당연히 처음 승선할 때는 기관장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생활하다 보니 조금만 더 노력하면 1등 기관사, 기관장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한번 발을 담갔으니 끝을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노력하다 보니 지금 자리까지 왔을 뿐입니다. 처음부터 대단한 사람은 없습니다. 어떤 시작이라도 과정에 꾸준함과 성실함이 더해지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Q. 젊은 나이에 기관장까지 오르신 비결이 있을까요?
성실한 태도를 유지하고, 시니어 사관분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또 원만한 승선생활을 위해 상대를 이해하려는 생각을 늘 한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주니어 시절엔 시니어 사관들의 지시를 이해하지 못한 적이 많습니다. ‘지금 이 일이 더 중요한데, 왜 저 일을 먼저 지시할까?’ 하는 의문도 종종 들었고요. 지금 돌아보면 선박은 특수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니어 사관들의 말이 맞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지시를 받았다 해도 우선 “예”라고 대답하고 말씀대로 실행한 다음, 되지 않으면 그때 의견을 제시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이 선배들을 존중하고 그들로부터 높게 평가받은 비결이 된 듯합니다.


Q. 시니어가 되고 나서 주니어 사관들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나요?
글쎄요, 제가 만난 후배들은 모두 열심히 노력하고, 실제로 잘하기도 해서 좋게 봤습니다. 제가 젊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요즘 젊은 친구들이 이렇게 한다는 말은 사실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보는 시각에 차이점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젊은 나이에 함께 배 타는 친구들이 대견스럽고, 자기 일을 해나간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끔은 시니어로써 주니어를 바라볼 때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주니어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의 입장으로 생각하고, 상황을 받아들입니다.


Q. 항해하며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1등기관사 시절, 핸디 벌크선을 탈 때 크레인이 설치된 선박이 많았습니다. 크레인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으면 접근하기 쉽지 않고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은 선박입니다. 그런데 저는 크레인에 대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핸디 벌크의 문제는 대부분 기관장이나 선장이 담당하는데, 전 1등기관사임에도 선박에 트러블이 있을 때 해결에 나서곤 했습니다. 밤새가며 고생한 끝에 문제를 해결했을 때 기관장님과 선장님, 회사에서 칭찬해주셔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내 일과 남의 일을 따지지 않고 열심히 나선 끝에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Q. 운영하시는 채널 ‘히뿡 커플 [선박기관사와 연애하기]’에 대해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여자친구의 별명이 ‘히뿡’이고 저는 기관사여서 채널 이름을 그렇게 지었습니다. 본래 채널 이름은 ‘해삐히뽀 커플’이었는데, 발음이 어려워서 그런지 다른 분들이 잘 기억해주시지 못하더라고요. 저희는 제가 주로 바다에 나가고 여자친구는 육상에 있다 보니 롱디 커플(장거리연애 커플)입니다. 떨어져 있을 때의 모습과 서로 만났을 때 데이트하는 모습을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채널을 만들었습니다. 콘텐츠는 주로 선박에서 근무하는 모습을 기록한 ‘선박기관사 브이로그’(Vlog,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공개한 일련의 게시물)나 육지에서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는 영상이 담긴 ‘커플 브이로그’, 여자친구의 운전을 도와주는 콘텐츠인 ‘초보운전 브이로그’, 승선하다 육상에서 활동하는 분의 인터뷰를 기록한 ‘전지적 기관장 시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유튜브 쇼츠(Shorts)도 요즘 찍습니다. 소통을 위해, 구독자를 유입하기 위해 자주 촬영합니다. 일주일에 하나 이상의 영상을 올리려고 하며, 대부분 제 이야기가 담겨서 그런지 선원 구독자가 많습니다.


Q. 어떻게 보면 개인 기록 위주의 채널인데 인터뷰 프로그램도 있네요?
사업을 차린 분, 목공에 종사하는 분, 드론으로 배송을 하는 분 등 현직 선원으로 일하다가 육상에 내려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촬영했습니다. 여자친구와의 추억을 남기려고 시작한 유튜브지만, 승선만 10년 하다 보니 다른 분의 삶이 너무 궁금했습니다. 또 평소에 ‘휴먼스토리’라는 유튜브 다큐멘터리를 자주 시청합니다. 해양계에도 이런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채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만들었습니다.


Q. 취재 활동을 통해 경험한 고충이나 보람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취재원을 섭외하는 과정이 어렵긴 합니다. 하지만 그마저 취미생활이라 생각합니다. 다가갔을 때 무례하게 대한 분은 아직 없었고, 지금은 하는 일이 그저 즐겁습니다. 10년 동안 승선 생활만 이어와 인간관계가 넓지 않은 편인데, 취재 활동으로 다양한 분을 만나며 견해를 넓히고, 다채로운 삶을 들으며 삶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가끔 그분들이 절 먼저 알아봐 주시고 칭찬해주실 때 배를 열심히 탔다는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Q. 향후 ‘히뿡 커플[선박기관사와 연애하기]’의 비전 및 계획이 궁금합니다.
요즘 유튜브에 선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분도 여럿 계십니다만, 저는 그보다 직종 상관없이 연애, 일상 등 누구나 재미있게 선원들의 삶에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접근성 좋은 이야기들을 꾸려나가고 싶습니다. 또 제가 육지에 내렸을 때 유튜브 활동이 도움 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외국에서 일하는 선원의 삶도 조명해보고 싶긴 합니다.


Q. 바다에서의 삶이 육지에 도움이 됐을까요?
우선 금전적으로 큰 도움을 얻었습니다. 집이 어려울 때 일어나는 시기가 빨랐고, 지금 저는 쓰고 싶은 걸 다 쓰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며 살고 있습니다. 돈이 부족할 때 육지에 머물면서 힘들어하는 것보다 배로 나와 목돈을 모아 다시 시작할 기회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물질적인 부분 외에도 얻는 교훈이 있습니다. 배를 타다 보면 흔들릴 때도 있지만, 잔잔할 때도 있습니다. 풍파를 겪으면서 목적지를 향해 가는 배를 겪다 보면 인생에도 파도가 있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 파도를 견뎌내면 우리가 소위 말하는 목적지, 더 나은 삶으로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Q. 젊은 시니어 사관으로서 선원 세대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계실 텐데요. 선후배 해기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 ‘세대 갈라치기’가 심화하고 있습니다. 사실 다른 세대끼리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는 옛날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다만 인터넷이 퍼지면서 그 갈등이 두드러진 것이라고 봅니다. 젊은 해기사분들은 선배의 삶을 들여다봤으면 합니다. 오랫동안 배를 타는 선·기장님을 보며 나라와 가정을 위해 희생한 부분을 존중하고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선배님들은 후배들에게 접근하는 일이 예민하여 이를 꺼리는 듯합니다. 원래 하시던 대로 후배들을 많이 이끌어주시길 바랍니다. 다만 혼내기보다 이해시킨다는 느낌으로 다독하고 설득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