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받은 도움을 바다로 돌려주고자
㈜이삭 권종호 대표이사
바다에 관해서라면 남보다 감사한 일이 많다는 ㈜이삭의 권종호 대표이사는 바다에 종사하는 해기사의 미래에 기여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육상으로 진출하려는 해기사일수록 승선경력이 중요하다는 부분을 거듭 강조했다.
Q. 현재 하시는 활동을 기반으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국립한국해양대학교 42기를 졸업하여 ㈜이삭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권종호라고 합니다. 2023년 10월부터 (사)한국해기사협회 거제지부장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Q. 몸담고 계신 ㈜이삭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삭은 2010년 12월 9일에 설립되었고, 올해로 만 14년이 됩니다. 그 이전에 저는 해운업계에 약 7년 승선 생활을 지냈습니다. 그 이력을 바탕으로 조선소에서 제2의 직장 생활을 보냈습니다. 이 두 가지 큰 이력이 제 사업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직원 수는 50여 명의 정규직을 포함하여 130명이 현재 근무 중이며, 지난해 매출은 132억 원입니다. 주로 엔지니어링과 시운전(커미셔닝) 기술 제공으로 발생하는 매출이라 제조업에 비해 매출 규모는 크지 않습니다.
우리 회사는 조선·해양 분야 서비스를 주업으로 합니다. “신뢰와 열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여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주인공이 되자”라는 모토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다소 생소할 수 있습니다만 조선·해양 분야의 서비스업이란, 선박이나 해양 구조물의 제작과정에서 시운전과 엔지니어링, 그리고 조선·해양 산업 전반에 걸친 컨설팅 등의 업무를 말합니다. 제조업과는 약간 거리감이 있지만 제조업의 전후방에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는 상당히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시장은 국내를 비롯, 싱가포르·중국 조선소 및 오일 필드(Oil Filed) 등으로 볼 수 있는데, 발주처는 오일메이저(BP, Shell 등) 및 선주사로 거의 국외시장입니다.
Q. ㈜이삭의 대표이사로 자리 잡으시기까지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학창 시절에 매우 조용했고 두드러지는 큰 능력도 없었습니다. 어쩌면 어렵게 학교를 졸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재학생 대부분이 그러했듯이 가정의 어려움을 덜어 주려고 해양대학을 지망했습니다. 모교를 통해 개인적으로는 돌아가신 부모님께 나름 재정적으로 도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사회 속에서 어엿한 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승선 생활은 현대상선(현 HMM㈜)에 입사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국적 1호선인 현대 유토피아의 인수 멤버로서 보냈고, 우리나라 LNG 선박의 1세대라는 자부심을 품고 있습니다. 그 이력을 바탕으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에서 LNGC 전문 엔지니어로 5년간 일했습니다. 이후에는 외국계 회사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에서 LNGC 신조감독으로 약 8년간 근무(그중 2년은 FPSO 건조에 종사)했습니다.
감독을 하다 보니 해양플랜트 건조 과정에서 많은 부분, 특히 기술 컨설팅이 아직 국산화되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이 부분을 개척해 보고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1조 원짜리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서 해외 기업은 ‘슈퍼바이저’급 고급인력 15명을 파견해 300억 원 가까이를 벌어들입니다. 반면 우리 조선사는 20~30명의 실무인력을 투입해 60억 원 정도 버는 구조입니다. 이를 보고 우리나라에도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컴퍼니’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Q. 바다에서의 경험이 육상에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비록 가정형편 때문에 선택한 승선생활이었지만 제 일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가 해양대학에 입학한 것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바다에 대한 경험은 아무나 가질 수 없습니다. 육상에서는 각 분야에 내로라하는 석학들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지만, 바다는 그렇지 않습니다. 승선했다는 경험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육상에서 가산점 50점을 가지고 들어간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Q. 일반 독자를 위해, ㈜이삭이 해운업계에서 이루어낸 주요 성과를 말씀해주시면 감사합니다
해운업계에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조선·해양 분야에서 체계적으로 시운전(커미셔닝)의 체계를 세운 기업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 덕분에 FPSO한 척당 약 400억 이상 외국에 지불하던 비용을 50억 미만으로 줄이는 데 이바지했습니다.
아울러 최근에는 항해 통신 분야에 오랜 역사를 가진 회사를 인수 합병하여 조선과 해운을 접목하여 이 분야에서 최대 화두인 탈탄소와 디지털라이제이션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최근에는 항로 최적화 시스템과 해운 전문 ERP, 이를 바탕으로 한 통합 CMMS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게 완성되면 선박의 연료 절감은 물론 항만의 혼잡도도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 봅니다.
Q. 창업하신 후 그 시간과 직접 부딪히며 느낀 고난과 보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2016년 조선 불경기에 대비하여 플로팅도크를 매입하여 BWTS와 스크러버 개조공사에 대비하고 있었는데, 불행히도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아서 약 3년간 운용하지 못하고 비용만 들였습니다. 이에 회사가 과도한 부채로 부도 위기에 직면한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플로팅도크를 해외에 매각하면서 부도 위기를 넘겼습니다. 오히려 계륵 같던 플로팅도크는 그 이후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회사에 도움을 줬습니다. 플로팅도크를 매입한 선주가 이걸 가져가지 못하면서 우리 회사가 대신 관리해 주고 비용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회사의 경영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Q. 2023년 (사)한국해기사협회의 거제지부장이 되셨습니다. 협회의 지부장이 되기로 결심하신 계기와 포부가 궁금합니다
가감 없이 말씀드리자면 제 마음에는 언제나 바다에 대한 그리움과 감사함이 있습니다. 바다 덕분에 가난을 극복했고, 작은 효도라도 했고, 가정도 꾸렸으며 지금까지 어엿한 사회인으로 역할을 다할 수 있었습니다. 바다와 해기사라는 직업 앞에 늘 빚진 자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던 차였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사)한국해기사협회에서 지부장 자리를 제안해주셨고, 해기사의 진흥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쁜 맘으로 수락했지요.
Q. 한국 해기전승의 위기가 계속 거론되고 있습니다. 협회의 지부장으로서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미래 해기사의 역할은 단순히 선박을 안전하게 유지하고 관리하는 일에서 벗어날 것입니다. 앞으로 해기사는 전 세계 물류 시장의 97%를 차지하는 이 거대한 산업군의 핵심 역할을 감당하리라 봅니다. 따라서 해기사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수립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해 보입니다. 가령 승선하면서도 석박사 과정을 수료할 수 있도록 해운이나 물류 연관 대학과 협력하여 커리큘럼을 만드는 과정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아울러 해기사에게 승선의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교육하는 일이나 최소 시니어 사관까지의 경험을 쌓으면 진출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도 필요해 보입니다.
Q. 향후 ㈜이삭의 비전 및 계획이 궁금합니다
㈜이삭은 조선·해양플랜트 분야에서 Operation & Maintenance(O&M) 전문회사로 성장할 계획입니다. 나아가 직접 해외 플랜트를 운영하는 주체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Q. 끝으로 후배 해기사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준비하고 있으면 기회는 옵니다. 불평과 불만을 주변에 터뜨린다고 변화하는 상황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환경을 향한 자신의 인식만 나빠질 뿐입니다. 긍정적인 마음을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은 거라도, 가령 하루에 영어 단어 하나 외우는 거라도 그날 실천하면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