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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샬아일랜드 선박등록처 김영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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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2025-04-16 10:11:30

 

작던 기국이 내린 큰 닻
마샬아일랜드 선박등록처 김영민 대표


현재 국내 해운기업 다수가 선박 금융 등 여러 이유로 해외 편의치적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이 중 마샬아일랜드는 여러 유리한 조건으로 많은 선사가 채택하는 국가다. 2007년 한국사무소를 개소해 국내 유수 해운기업의 선박등록을 지켜온 김영민 대표는 사무소에서 닦아온 기반을 토대로 한국 해운업계에까지 선한 영향력을 불어넣고자 한다.


Q. 현재 하시는 활동을 기반으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국립한국해양대학교 항해학과 26기(70학번) 졸업생으로, 올해로 해운업계에서 51년째 활동 중입니다. 1974년 1월에 졸업한 후 승선 생활 7년을 거쳐 해운회사 육상근무를 경험했고, 2007년부터는 마샬아일랜드 선박등록처 한국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좋은 대학교를 선택했기에 사회 통념을 깨고 한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있습니다. 모교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감사한 마음을 가집니다.


Q. 몸담고 계신 마샬아일랜드 선박등록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마샬아일랜드 선박등록처(이하 마샬 기국)는 마샬아일랜드 정부를 대리하여 미국 Virginia주의 IRI(International Registries Ltd.)라는 회사에서 관리합니다. 마샬아일랜드 공화국은 남서 태평양(북위 9~10도, 동경 172~173도)에 있는 섬나라로, 25개의 산호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 주도 UN 신탁통치령으로 있다가 1986년 유사한 상황에 놓인 여러 섬나라와 함께 독립했습니다. 독립 이후에도 미국의 영향력이 크게 미치며 인구는 약 75,000명 정도입니다. 마샬 기국을 관리하는 IRI(International Registries Ltd.)는 1948년 미국에 설립된 선박 기국 관리 전문회사입니다. 77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오랜 전통과 축적된 노하우를 통해 Quality Flag로서 명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Coast Guard의 QUALSHIP 21 프로그램에 21년 연속하여 화이트 리스트에 오른 유일한 기국입니다. 따라서 마샬 기국 선박들이 미국항에 입항하면 USCG로부터 PSC Inspection 면제 등의 혜택을 받기도 합니다. USCG 출신의 Safety 담당자가 여러 명 근무하고 있어서 이들이 마샬 기국 선박 미국 입항 시 USCG PSC inspection에 걸리지 않도록 여러 형태로 도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시스템에 힘입어 2007년 마샬 기국을 국내에 론칭한 이후 한국 선사들의 마샬 기국 선택이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지난 3월 말 기준 총 약 570척(3,600만 총톤)이 등록하였고, 현재 남아있는 선박은 약 290여 척(1,950만 총톤)입니다. 등록 후 매각이나 스크랩다운 등 이유로 기국을 떠나기 때문입니다. 현재 서울사무소에서는 6명의 직원이 전반적인 마샬 기국 홍보와 선박등록, 재등록, 해지, 저당권 설정 등 선박등록에 관한 업무를 주로 수행합니다. 2018년에 설립된 부산 테크니컬 오피스에도 6명의 직원이 상주합니다. 이들은 마샬 기국 선박의 연차 안전검사, 심사업무(ISM, ISPS, MLC) 그리고 테크니컬 어드바이스 업무를 수행합니다.


Q. 마샬아일랜드 선박등록처의 장으로 자리 잡으시기까지의 성장 과정이 궁금합니다. 일전에는 한국검사정공사의 전무이사를 역임하셨다고 들었는데요
학창 시절엔 누구나 다 꿈을 가집니다. 하지만 1970년 해양대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사치스럽게 꿈을 얘기할 여건이 못 됐습니다. 다들 경제적으로 어려워 낭만적인 대학 생활 보다는 가족들의 생활비와 동생들의 학비를 벌어야 한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에 얽매여 있었지요. 승선 실습 시절 뱃멀미를 심하게 할 때도, 북태평양을 횡단하면서 황천항해에 고생할 때도, 휴가 가면 절대 배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집에 돌아가면 경제적으로 힘들어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에 다시금 출국 가방을 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길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어언 몇 년이 흘렀고, 결혼 상대의 한없는 기다림을 외면할 수 없어 큰맘 먹고 하선을 결심했습니다. 마침 회사에서는 Stowage를 잘할 만한 사람을 구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하선한다니까 바로 Supercargo로 발령했고, 그렇게 인천항에서 첫 육상근무를 시작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고 하다 보니 2주일간 거의 잠도 제대로 못 자며 조금 고생했습니다. 나중에는 본사 용선영업부에서 근무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뉴욕사무소, 동경사무소에서 계속 근무하다가 1984년 해운산업 합리화 시행에 따라 귀국했습니다.
그 뒤로는 ㈜한국검사정공사(KASCO)에 합류하여 2007년 2월 말 전무이사로 퇴직할 때까지 본사의 회사 경영을 주로 맡았습니다. 이때 KASCO에서는 파나마, 마샬아일랜드, 라이베리아 기국 선박들을 대상으로 연차안전검사(ASI ; Annual Safety Inspection) 업무도 수행했습니다.


Q. 2007년 세계 4대 편의치적 국가 중 하나인 마샬 아일랜드 공화국 선박등록처의 한국사무소를 개소하셨습니다. 계기가 있으셨을까요? 개소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마샬 기국과의 인연은 아주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습니다. KASCO에서 근무하던 시절, 다양한 기국의 선박들과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중 마샬 기국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2006년 여름, 마샬 기국의 아시아지역 총괄 책임자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한국 해운시장 진출에 관심을 두던 책임자가 제게 적임자를 추천해달라고 하더군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결국 제가 자신을 추천하는 모양이 됐습니다(웃음). 이듬해 3월, 한국사무소를 공식 개소했습니다. 초기에는 사무소의 인지도도 낮았고 마샬 기국이라는 이름도 국내에 생소했지만, 품질 중심의 정책과 체계적인 시스템을 소개하고자 열심히 뛰어다녔습니다. 다행히 국내 선사들의 신뢰를 얻으면서 지금은 한국 내 등록 선박 수가 570척을 넘었고, 여전히 사무소는 꾸준하게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Q. 바다에서의 경험이 육상에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바다는 참 많은 걸 가르쳐주는 공간입니다. 처음 승선했을 때 바다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위기관리 능력, 책임감, 그리고 실무적 감각을 자연스럽게 바다와 승선 생활로부터 배웠습니다. 특히 항해 중에 쌓은 Stowage 경험이나 항로, 기상에 대한 이해는 육상에서 선박 운영이나 용선영업을 할 때 정말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선주의 시선으로 생각하고, 선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며 소통할 수 있던 것도 바다 덕분입니다. 또한 배에서의 조직 생활은 리더십과 팀워크를 몸으로 배우게 해주었습니다. 그 경험이 지금까지도 많은 순간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Q. 마샬아일랜드 선박등록처에 계시면서 느낀 고난과 보람이 있을 듯합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난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초창기에는 마샬 기국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다른 기국과의 차별성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컸습니다. 특히 “왜 굳이 미국과 멀리 떨어진 작은 섬나라를 선택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마샬 기국의 품질관리 체계, USCG와의 협력 시스템, QUALSHIP 21 인증 등 구체적인 성과를 예로 들며 마샬 기국의 장점을 자세히 설명해 드렸습니다. 보람을 느낄 때는, 국내 선사들이 마샬 기국을 신뢰하고 장기적으로 등록을 유지해주는 모습을 보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해기사로 양성해 온 케냐 학생들이 실제로 한국 선박에 승선한 일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처럼 사람을 키우고 연결하는 일이 가장 큰 보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Q. 사회 활동에 적극적이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케냐 출신 학생들을 해기인력으로 육성한 것도 그 일환이라고 보는데요
어느덧 해운업계 시니어 멤버가 된 자신을 돌아보고 조금이나마 우리 업계에 도움 될만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10여 년 전 일부 뜻있는 선후배들과 [Seawave]라는 자선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단체를 통해 필리핀, 케냐 등 샘물 파기를 후원하다가 요즘은 주로 개발도상국의 교육 후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선원의 수급이 어려워져 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수년 전부터 아프리카 케냐의 뜻있는 학생들을 상대로 국립한국해양대학교 무료 교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국내 몇몇 선박회사의 실습 기회를 통해 해기사 양성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해운업은 국경 없는 글로벌 비즈니스이므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해기사 후진 양성에 적극적으로 힘써야 합니다.


Q. 근래 한국 해기전승의 위기가 계속 거론되고 있습니다. 선박등록 업무로 해사와 함께하신 분으로서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또는 우리나라 사회가 협조해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지금 해기 인력 수급은 단순한 업계 차원의 문제를 넘어 국가적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조선, 해운 모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데 정작 해기사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입니다.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더 확대돼야 합니다. 더불어 해양대학 및 교육기관들은 보다 현장 중심의 실습 기회를 후학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기업들도 단기적 비용보다 장기적 인재 확보라는 관점에서 해기 인력 수급에 접근해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필요하다면 외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문호를 열되, 우리 해기 인력의 전승이 단절되지 않도록 국내 인재 양성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입니다.


Q. 향후 사장님의 비전 및 계획이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마샬 기국의 국내 기반을 다지는 시기를 보냈다면, 앞으로는 마샬 기국의 품질관리와 교육 기여에 좀 더 집중하고 싶습니다. 무조건 양적으로 성장하기보다는 등록 선박의 안전 운항을 지원하면서, 등록국의 책임과 신뢰를 꾸준히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케냐 해기 인력 육성 프로젝트와 같은 해외 인재 육성 지원을 조금 더 체계화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마샬 기국을 떠나더라도, 제가 이어온 경험과 네트워크가 해운업계와 후배 해기사들에게 유의미하게 남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Q. 끝으로 후배 해기사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바다는 정직하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바다는 실수도 감정도 다 품어주지만, 궁극적으로는 자기 실력과 성실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곳입니다. 역설적이죠. 지금 해운 시장은 글로벌화가 가속하고 있고, 해기사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단순히 ‘배를 타기 위해’ 공부하는 것을 넘어, 해운이라는 큰 산업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품고 바다에 도전하셨으면 합니다. 또 하나는 “작은 실수도 반복되면 큰 사고가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배움에 임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