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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해양 권오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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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주 2025-08-22 11:03:52

 

책으로 다 전할 수 없는 기회의 경험을 이어가기 위해
㈜여수해양 권오주 사장


Q. ㈜여수해양의 사장으로 자리 잡으시기까지 성장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의 시작은 바다였습니다. 국립한국해양대학교를 36기로 졸업하고 Lasco Shipping에서 항해사로 승선하며 선박 운항의 기본을 익혔습니다. 바다 위에서의 시간은 제게 책임감과 현장 감각, 위기 대응 능력을 키워준 소중한 경험 그 자체였습니다. 이후 남성해운㈜로 자리를 옮겨 해사본부장, 운영본부장으로서 해운 현장의 복잡한 운영과 글로벌 물류의 흐름을 파악하며 전략적인 시야를 키웠습니다. 계열사인 마젤란마린솔루션즈㈜의 대표를 맡아 실질적인 경영책임도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 1월, ㈜여수해양 사장으로 취임하며 ‘수리조선’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여수해양은 수리조선이라는 전문 분야에서 품질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기업입니다. 앞으로 해운과 물류, 교육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여수해양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키고자 합니다. 결국 바다와 현장, 그리고 사람과의 인연이 쌓여 이 자리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그 기반을 잊지 않고 현장과 소통하며 회사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Q. ㈜여수해양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지금 사장님께서 맡으신 일에 대해서도 안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수해양은 전남 여수에 있는 선박 수리 전문 조선소로, 1979년 신영조선으로 출발해 2010년 지금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선박 유지보수, 정비, 개조 및 함정 MRO(해경·군함 선박 유지보수)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수리조선소입니다. 미션은 품질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고객 중심 서비스이며, 동북아 최고의 수리조선소를 비전 삼아 지속적인 기술력 강화와 사업 확장에 힘쓰고 있습니다. 연간 120척 이상의 선박을 수리하며, 국내외 주요 해운사와의 장기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ISO 9001, ISO 45001 인증을 보유했으며, 최근에는 함정 MRO와 친환경 선박 정비, 해상풍력 특수선 개발 등 미래 성장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 약 70여 명의 전문인력이 현장에서 뛰고 있는데 선박 엔지니어, 용접·도장 전문가, 안전·품질 관리 인력 등 각 분야의 숙련된 인재들이 조선소의 경쟁력을 이끄는 중입니다. 저는 오랜 해운업 경력을 바탕으로 2025년 ㈜여수해양 사장으로 취임해, 회사의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해경·해군 함정 MRO 확대, 친환경 기술 도입, 신사업 진출을 통해 ㈜여수해양을 한 단계 도약시키고, 동북아 선박 수리 허브로 자리매김하고자 합니다.


Q. 해양대학교에서의 경험과 승선 경험이 육상 업무에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해양대학교 시절부터 현장 중심의 사고가 몸에 배도록 훈련받았습니다. 단순한 학문을 넘어 실제 바다 위 상황을 가정한 실습과 시뮬레이션이 많았기에 현장 대응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이후 Lasco Shipping 선박에 승선하며 바다 위에서는 ‘결정’이 곧 책임이라는 점을 배웠습니다. 갑판 위에서는 순간의 판단이 선박과 선원들의 안전을 좌우합니다. 긴 항해 중 발생하는 예측불허한 상황을 해결하며, 신속한 판단력과 강한 책임감, 그리고 팀워크의 중요성을 체득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육상에서의 경영 업무에도 이어졌습니다. 현재 ㈜여수해양에서도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이 중요한데, 승선 시절 몸에 익힌 현장 감각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문제를 신속히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는 습관이 자연스레 자리 잡혔습니다. 또한 승선 경험은 현장 직원과의 원활한 소통과 기술·안전 문제에 대한 공감 능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바다에서의 경험은 제 경영 철학의 뿌리가 됐습니다. 지금도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만약 선상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스스로 되묻습니다. 그만큼 승선 경험은 큰 자산이며, 모든 업무의 기준점이 되고 있습니다.


Q. 그동안 맡으신 기업체에서 느낀 고난과 보람이 있을 듯합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나 주요 성과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해운회사 재직 시절, 경제성이 뛰어난 선형(船型)을 개발한 경험이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글로벌 해운시장에선 치열한 경쟁과 높은 연료비 부담으로 선박의 연비와 운항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마젤란마린솔루션즈㈜ 대표로서 조선소, 대학 연구팀과 협업하며 새로운 선형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했습니다. 특히 선체 저항을 줄이면서도 화물 적재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선형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여러 테스트를 거쳐 경제성과 운항 안정성을 모두 갖춘 선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때의 경험은 ㈜여수해양에서도 큰 자산이 됐습니다. 어떠한 사업이든 현장 중심의 실용성과 구체적인 결과가 중요하다는 점을 늘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Q. 국립해양대학교 겸임교수이자 각종 교재, 실무 저서의 집필 위원으로도 활동하셨습니다. 이는 해기사 후학 양성과 직결된다고 생각합니다. 후학 양성에 관심을 가지시는 이유 혹은 왕성한 활동의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해기사로서의 경험과 전문성을 후배들에게 나누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값진 사명입니다. 해양 분야는 단순한 직업이 아닌, 국가 경제와 안전을 책임지는 중대한 영역이며, 그 중심에 해기 인재들이 있습니다. 해기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은 현장에서만 쌓을 수 있는데,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전수하지 않으면 사라지고 맙니다. 저 역시 수많은 선배의 가르침으로 오늘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기에,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바다는 늘 변화하고 도전적인 환경입니다. 제가 걸어온 길, 겪은 고민 그리고 깨달은 노하우가 후배들에게 작은 등불이 된다면 큰 보람이겠습니다. 후배들이 더 나은 해양인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 앞으로도 저를 움직이게 할 것입니다.


Q. 근래 한국 해기전승의 위기가 계속 거론되고 있습니다. 사장님께서 해운 관련 사업체의 사장이자 해사와 함께하신 분이십니다. 6월 20일에는 해기인력 정책세미나의 발표자로 나오셨습니다. 해기전승의 위기점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또는 우리나라 사회와 정부가 협조해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저 역시 해기사 출신으로서 지금의 해기 인력 위기를 매우 무겁게 바라봅니다. 체감하는 가장 큰 문제는 세대 단절입니다. 풍부한 경험과 지혜가 제대로 전해지지 못하고, 해기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많은 청년 해기사들이 육상으로 빠르게 이탈하거나 아예 바다를 선택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이는 장기 승선에 대한 두려움, 열악한 근무환경, 사회적 지원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세미나에서도 강조했습니다만, 정부와 업계가 함께 해기인력 양성의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장학금 지급, 면허 발급을 넘어 ▲장기 승선 인센티브 제공 ▲승선-육상 순환 근무제 확대 ▲승선 기간 중 가정 지원 정책 ▲퇴직 후 경력 활용 일자리 연계 등 실질적인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특히 선배 해기사들의 경험을 제도화해 후배들에게 체계적으로 전수하는 시스템이 절실합니다. 집필위원으로서의 경험으로 감히 말씀드리자면 승선 노하우와 위기 대응 능력은 책으로만 배우기 어렵습니다. 경험의 전승을 국가적 과제로 삼을 때입니다.


Q. 해기전승 외에, 현재 우리나라 해사 사회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숙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며,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해운·조선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과 인력 재교육이 시급합니다. 지금 글로벌 해운·조선 시장은 디지털화, 친환경화, 자동화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습니다. 스마트 선박, 자율운항 시스템, 친환경 연료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한국 해사 산업은 기술 도입에 비해 현장 인력의 디지털 역량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를 넘어, 경쟁력의 핵심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저는 세 가지 해결 방향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첫째, 디지털 기반 실무 교육 확대입니다. 학교 교육뿐 아니라 현장에서도 디지털 기술, 스마트 선박 운항, 친환경 시스템 운용 등에 대한 직무 재교육을 강력히 추진해야 합니다. 특히 기존 선원·해기인력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 시급합니다. 둘째, 현장 중심의 디지털 전환 투자 활성화입니다. 기술만 도입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쓸 수 있도록 운영 매뉴얼, 시뮬레이션 시스템, 디지털 운항 가이드라인을 함께 구축해야 합니다.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디지털 운항 지원 센터’ 같은 공동 플랫폼도 마련해야 합니다. 셋째, 중장기 인력 재배치와 세대 간 협업 체계 마련입니다. 젊은 인력은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만 현장 경험이 부족하고, 고경력 인력은 풍부한 경험이 있지만 디지털 전환에 낯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세대 간 디지털 멘토링 프로그램을 도입해 서로 배우고 보완할 수 있는 인력 융합 체계가 필요합니다. 요약하자면, 앞으로 한국 해사 사회의 성패는 디지털 격차 해소에 달렸습니다. 경쟁력 있는 해양 인프라를 위해서는 기술과 사람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반드시 만들어야 합니다. 저 역시 현장에서 이 부분의 중요성을 깊이 실감하며 앞으로도 후배들과 함께 변화의 중심에서 실질적인 해법을 찾고자 합니다.


Q. 향후 사장님의 비전 및 계획이 궁금합니다
㈜여수해양이 품질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동북아 최고의 수리조선소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세 가지 핵심 방향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첫째, 고객 중심 경영과 품질 혁신입니다. 모든 작업 과정에서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고객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하겠습니다. 최신 기술 도입과 체계적인 품질 관리 시스템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둘째, 인재 육성과 조직문화 혁신입니다. 해기사와 기술 인력들이 전문성을 키우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교육과 복지에 힘쓰겠습니다. 소통과 협력을 기반으로 한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고, 이를 통해 조직 전체의 역량을 극대화할 것입니다. 셋째,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지역사회와의 상생입니다. 친환경 선박 수리, 스마트 기술 적용, 해외 시장 진출 등 미래 산업 변화에 대응하고,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겠습니다. 그동안 해운과 교육, 경영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여수해양이 국내외에서 경쟁력 있는 수리조선소로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Q. 끝으로 후배 해기사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바다를 품고 사는 여러분은 세계를 무대로 꿈을 펼칠 수 있는 특별한 길 위에 서 있습니다. 해기사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실력으로 평가받는 전문가입니다. 폭풍을 이겨내고, 거친 파도를 넘어 항로를 개척하는 그 순간은 책으로 배울 수 없는 진짜 경험, 바로 세상 어떤 직업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자산입니다. 경험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빛나고, 여러분만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배의 키를 잡는다는 건, 단지 선박을 운항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항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위험 속에서도 다하는 책임, 조타실 한복판에서 내리는 판단 하나가 수백 명의 삶과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순간입니다. 그 속에서 여러분은 누구보다 단단하고 강인한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밟는 지금의 뱃길에는 괴로움과 외로움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길 끝에는 남들이 결코 가질 수 없는 자부심과 탄탄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끝으로 부탁합니다. 해양은 기회의 터입니다. 오늘의 힘든 순간조차 내일의 자산임을 믿고, 자신의 가치를 믿으며 자랑스러운 해기사로 성장해 주시길 바랍니다. 바다는 결코 여러분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그저 묵묵히, 그리고 묵직하게 여러분의 성장을 기다릴 뿐입니다. 자랑스러운 해기사 여러분을 응원합니다.